고 김철호 선생(1924~1995)
1924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고 김철호 선생은 해방 뒤부터 섬유, 화학약품 제조업체를 경영하며, 당시로는 획기적인 사원 공채를 실시하는 등 우리의 기업문화 발전에도 큰 공헌을 했습니다. 1982년 자신의 농장 일부를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휴양소로 써달라며 노동부에 기증하셨고, 현재 그곳엔 산재 노동자들을 위한 요양소가 세워져 있습니다.
특히 1994년 고 김철호 선생은 분단 이후 민족갈등으로 숨진 사람들의 진혼, 위령사업에 써달라며 서중석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를 통해 현금 5억 원과 전남 구례의 토지 1만2천여 평 등 7억여 원을 한겨레신문사에 기탁하셨고, 오늘날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의 주춧돌을 마련했습니다.
생전에 투병 중에서도 “외국에서는 살아서 원수로 싸웠더라도 죽은 다음에는 같은 민족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상례입니다. 통일에 앞서 남쪽에서부터라도 죽은 자와 산자가 서로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일을 진행해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고 김철호 선생은 안타깝게도 1995년 지병인 간암으로 타계하셨습니다.
재단 설립의 유지를 부탁받은 서중석 전 재단 이사(전 성균관대 교수)는 “김 선생님은 한국전쟁의 최대 피해지역의 하나인 지리산 노고단이 보이는 구례 지역에 마련해 둔 땅과 현금을 기탁하겠다고 하셨고, 나는 그렇다면 당시 억울한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던 <한겨레>와 함께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