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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ow“미·중에만 세계 맡길 수 없어…중견국들 다자주의 강화해야”

통일문화재단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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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국제사회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무너뜨린 세계 외교·안보 질서의 향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제질서의 큰 축으로 작동해온 미-중 관계 및 다자주의 체제는 ‘내상’을 딛고 재정립될 수 있을 것인가.11일 부산 누리마루 아펙(APEC)하우스에서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부산광역시가 공동 주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문정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과 케빈 러드 전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팬데믹 이후 국제지형과 중진국들의 외교적 도전’을 주제로 화상 대담을 진행했다.


러드 전 총리는 중견국들이 미-중 대치 등으로 생긴 국제사회 리더십의 공백을 메울 필요성을 제기하며 ‘M7’(Multilateral·다자 7) 또는 ‘M10’(다자 10)의 구성을 제안했다. 미국의 동맹국이면서도 미-중 관계에서 자유롭지 않은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일본과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중간 파워 국가’들이 다자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뚫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중견국들이 “정책적, 재정적, 외교적, 정치적” 구심을 세워, 공통의 이익을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강대국은 국제질서가 없어도 (자신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착각을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 중소 국가들에는 그런 착각이 없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강대국이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세력 균형 결정론이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강하지 않은 국가들도 힘을 합치면 할 수 있지 않느냐”며 공감을 표시했다.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으로 불리는 ‘쿼드’(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가 참여하는 전략포럼)에 대한 한국 등 중견국의 선택을 둘러싼 문제도 논의됐다. 문 이사장은 “쿼드는 러드 전 총리의 (M7) 제안과는 배치되는 것”이라며 한국의 참여는 중국 쪽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러드 전 총리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한국은 북한 문제 등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서 전략적 선택을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의 효과적인 동맹국으로 활동하면서도 동시에 다자적 체제를 강화하는 둘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이사장과 러드 전 총리는 일단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도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경쟁을 유지하리라 전망했다. 다만 양국이 지금처럼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신냉전’에 대해서 문 이사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5월부터 조직적으로 조율된 대중 전략을 구사하면서 지금의 적대관계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반면 러드 전 총리는 지금 양국 간 대치 양상이 과거 미-소 냉전과는 다르다며 아직 신냉전을 피할 기회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두 전문가 모두 미-중 신냉전은 2024년 미국 대선을 노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개인적 의도를 가지고 부추긴 측면이 크다고 봤다. 문 이사장은 “(바이든 행정부 아래서도) 미-중 사이에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한국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짚었다.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러드 전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보다 “훨씬 강경하고 이성적인 전략적” 대북정책을 구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북 압박의 복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봤다. 문 이사장은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북한 지역 전문가와 북한 외교정책 전문가, 핵확산 전문가 등 세 그룹 간 논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2020-11-12 한겨레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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