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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ow[정욱식 칼럼] 뜨거워지는 지구를 더 달구는 군비경쟁

재단
202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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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재해 소식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극한 기후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드 레드’(심각한 위기에 대한 경고)를 언급할 정도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곳곳에서 목격하는 재난은 미래에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재난에 비하면 최상의 시나리오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050 거주불능 지구>를 쓴 데이비드 월리스웰스는 이렇게 일갈하면서 인류가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일상 자체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류 종말의 시나리오가 언급될 정도로 기후 위기가 현실이 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도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거대한 ‘예외 지대’가 존재한다. 바로 군사 분야이다. 군사 활동과 시설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이 회원국들에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군사 분야에서의 배출 보고는 ‘자발적인’ 영역으로 남겨두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각종 무기와 장비를 만들고 이것들을 운용·연습·훈련·작전하는 과정에서, 지구촌 곳곳에 퍼져 있는 군사 시설과 부대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의 더럼대학교와 랭커스터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미군을 하나의 국가로 간주할 경우 미군이 2019년에 내뿜은 탄소량은 세계 47위에 달한다고 한다.


지구도 뜨거워지고 있지만 군비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2020년 세계 군사비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총생산(GDP)이 4.4% 줄어들었음에도 2.6%나 늘어났다. 총액으로는 약 2조달러로 군비경쟁이 치열했던 1980년대에 비해 약 55%나 높아졌다. 군비경쟁을 주도하는 나라는 역시 미국과 중국이다. 세계 군사비에서 미국이 36%, 중국이 16% 정도를 차지해 둘을 합치면 50%를 훌쩍 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군비경쟁은 자원 분배의 심각한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 이행에 들어가는 비용은 매년 세계 지디피의 1% 수준을 요한다. 또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의 기후협약 이행을 위해 매년 1천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액수 자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기금 마련에 미온적이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군사비를 조금만 조절해도 충당할 수 있는 액수이다.


이처럼 군사 분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후 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하나는 군사 활동 자체가 엄청난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후 위기 대처에 필요한 자원을 군비경쟁으로 탕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 영역은 ‘다른 행성’에 있는 것처럼 기후 위기 대처의 예외 지대처럼 존재하고 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l.com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011442.html#csidxbd39bc43c8499a6a986ef6309fbf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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