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관계의 악화에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만 해협의 미래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 전쟁 발발 가능성은 높지 않더라도 대만 해협이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미 동맹과 북-중 동맹도 강화되는 추세이다. 이는 대만 해협 유사시가 ‘바다 건너 불’이 아닐 수 있음을 예고해준다. 대만 해협의 평화를 찾는 길이 중대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해법을 모색하고자 전문가들이 모였다. 8월18일 리영희재단과 평화네트워크, 그리고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주최한 ‘대만 해협의 평화 찾기’ 토론회가 바로 그것이다.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선 한국도 대만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장영희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은 양안 관계의 현주소를 진단하면서 대만 해협의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양안 관계 차원의 과제를 짚었다. 그는 대만 해협의 불안과 관련해 “시진핑은 정권 내의 매파와 비둘기파를 모두 아우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이것이 양안 관계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서구 연구자들이 대부분 중국의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대만이 양안 관계의 악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눈감아 버리는 측면이 있다”며 “힘의 비대칭성 속에서 대만의 역할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양안의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대만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 실장은 차이잉원 정권 출범 이후 크게 줄어든 양안 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대만 해협의 평화공존 해법과 관련해 한때 논의되었던 양안 평화협정도 다시 검토해볼 시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다음 발제자로 나선 김지영 국립통일교육원 교수는 대만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고 대만 해협에서 미-중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다뤘다. 그 역시 양안 간의 무력 충돌 및 미-중 충돌로의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미국은 중국이 무리수를 두지 않도록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했을 시에 경제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명확한 입장”을 전달하고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대중 억제력을 강화해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신미지 참여연대 평화국제팀 선임간사는 “대만 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자칫하면 지금껏 수십년간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힘겹게 끌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역시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대만 해협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정다훈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경쟁도 양안 관계의 미래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 반도체 자급률이 낮은 중국이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력을 가진 대만과의 관계 악화나 강경 노선을 계속 고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것의 성공 여부 및 그 시점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미국 주도의 힘에 의한 대만 평화 유지는 중국의 군사적 맞대응을 비롯한 동아시아 군비경쟁을 격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문제는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양안 사이의 힘의 균형과 정체성의 변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이를 원하지 않는 대만, 대만 독립과 중국의 무력 사용을 동시에 억제하겠다는 미국 전략의 내재적 긴장, 미-중 전략 경쟁의 격화, 동맹의 정치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백영서 교수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해당 정부들 사이의 관계가 품고 있는 모순과 불안정 속에서 평화의 공간을 열어갈 수 있는 몫은 결국 시민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토론회는 리영희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wooksik@gmail.com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009629.html#csidxefd7e060fe19130b0ad5c56d409680e
양안 관계의 악화에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만 해협의 미래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 전쟁 발발 가능성은 높지 않더라도 대만 해협이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미 동맹과 북-중 동맹도 강화되는 추세이다. 이는 대만 해협 유사시가 ‘바다 건너 불’이 아닐 수 있음을 예고해준다. 대만 해협의 평화를 찾는 길이 중대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해법을 모색하고자 전문가들이 모였다. 8월18일 리영희재단과 평화네트워크, 그리고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주최한 ‘대만 해협의 평화 찾기’ 토론회가 바로 그것이다.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선 한국도 대만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장영희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은 양안 관계의 현주소를 진단하면서 대만 해협의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양안 관계 차원의 과제를 짚었다. 그는 대만 해협의 불안과 관련해 “시진핑은 정권 내의 매파와 비둘기파를 모두 아우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이것이 양안 관계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서구 연구자들이 대부분 중국의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대만이 양안 관계의 악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눈감아 버리는 측면이 있다”며 “힘의 비대칭성 속에서 대만의 역할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양안의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대만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 실장은 차이잉원 정권 출범 이후 크게 줄어든 양안 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대만 해협의 평화공존 해법과 관련해 한때 논의되었던 양안 평화협정도 다시 검토해볼 시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다음 발제자로 나선 김지영 국립통일교육원 교수는 대만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고 대만 해협에서 미-중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다뤘다. 그 역시 양안 간의 무력 충돌 및 미-중 충돌로의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미국은 중국이 무리수를 두지 않도록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했을 시에 경제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명확한 입장”을 전달하고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대중 억제력을 강화해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신미지 참여연대 평화국제팀 선임간사는 “대만 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자칫하면 지금껏 수십년간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힘겹게 끌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역시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대만 해협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정다훈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경쟁도 양안 관계의 미래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 반도체 자급률이 낮은 중국이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력을 가진 대만과의 관계 악화나 강경 노선을 계속 고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것의 성공 여부 및 그 시점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미국 주도의 힘에 의한 대만 평화 유지는 중국의 군사적 맞대응을 비롯한 동아시아 군비경쟁을 격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문제는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양안 사이의 힘의 균형과 정체성의 변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이를 원하지 않는 대만, 대만 독립과 중국의 무력 사용을 동시에 억제하겠다는 미국 전략의 내재적 긴장, 미-중 전략 경쟁의 격화, 동맹의 정치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백영서 교수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해당 정부들 사이의 관계가 품고 있는 모순과 불안정 속에서 평화의 공간을 열어갈 수 있는 몫은 결국 시민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토론회는 리영희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wooksik@gmail.com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009629.html#csidxefd7e060fe19130b0ad5c56d409680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