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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ow“평화 프로세스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프로세스냐가 관건이다”

재단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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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유엔의 3대 기둥은 평화-인권-발전이다. 그리고 유엔은 이들 세 가지 가치와 목표가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고 선순환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한반도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이 점에 주목하면서 5년간의 연구에 착수한 팀이 있다. 통일연구원의 서보혁 연구위원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인권-발전의 선순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로 2년차를 맞이한 이 연구에 대해 서 위원을 만나 물어봤다. 그는 “평화 프로세스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평화 프로세스냐가 관건”이라며 평화 프로세스에 인권과 발전의 관점을 투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 목적이 흥미롭다, 왜 이런 연구를 하는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답답한데, 더 답답한 것은 해법을 문제의 대상인 한반도에서만 찾으려는 자세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분쟁을 치르고 평화를 정착시켜 가는 많은 사례들이 있는데, 그런 사례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 평가해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보려는 비교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평화 프로세스가 평화를 보장하는 게 아닌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는가?



“평화 프로세스가 분쟁 종식에서 시작하는 것이므로 더 이상의 물리적 폭력의 희생을 중단하는 것은 분명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분쟁 종식의 방식, 평화 협상에 모든 분쟁집단의 참여 여부, 평화협정의 내용과 국제적 개입 방식 등 평화 프로세스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들이 적지 않다. 평화 프로세스가 성공의 길로 갈 때는 이런 요소들이 긍정적으로, 실패로 들어설 때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분쟁 종식이 제노사이드를 거치며 일방의 승리로 이루어진 르완다 사례, 평화 협상에 일부 분쟁집단이 불참하거나 뒤늦게 참여한 콜롬비아와 캄보디아 사례, 그리고 국제 중재가 미약하거나 제한적인 사례들은 평화 프로세스의 한계를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북아일랜드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그 경우에도 경제적 격차와 심리적 장벽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어느 경우이든 고질적 분쟁에서 발생한 대량살육과 깊은 적대감에서 오는 정의와 화해의 문제는 장기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사례 연구에서 평화의 인권·발전 효과는 어떻게 측정하였나?


“평화 프로세스가 잘 진행되면 분쟁 후 사회에서 대중의 ‘안전’과 ‘존엄’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 이런 시각은 ‘양질의 평화’ 개념에서 차용하였다. 평화의 인권·발전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해당 사례에서 평화협정이 인권과 발전의 관점에서 얼마나 이행되었는가를 보았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미국 노터데임대학(노트르담대학) 크록연구소의 평화협정매트릭스(PAM),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분쟁데이터프로그램(UCDP),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발전지수를 활용했다. 평화 프로세스의 성공 사례에는 적어도 모든 분쟁집단의 무장해제와 자유선거를 통한 정부 구성,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국제사회의 효율적인 지원이 관찰된다. 그런 과정이 분쟁의 재발 없이 10년 이상 진행되면 성공으로 볼 수 있다.”


―한반도처럼 분쟁이 완전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인권과 발전이 현실성이 있는가?


“전쟁 중에도 군포로와 민간인 보호, 그리고 반테러 활동 중에서도 대중의 근본적 자유를 억압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인권규범이다. 분단, 적대, 안보를 명분으로 한반도 대중은 오랫동안 인권과 발전을 억제당해 왔다. 분쟁당사국들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대화와 협상을 해나가면서도 분단정전체제에서 고통받아온 대중(특히 북한 주민과 접경지역 주민)의 생존과 기본적인 삶을 개선하는 데에 더 노력할 때 평화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례 연구에서도 확인됐지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경우에도 분쟁당사국 정부와 시민사회, 그리고 국제사회의 적절한 파트너십 형성이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결국 한반도형 평화 프로세스는 분쟁 종식과 대중의 안전 및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문제를 연속선상에서 전개해나가는 것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위 연구는 한반도 평화연구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평화가 절실한 한반도에 평화연구가 걸음마 단계라는 점이 먼저 성찰할 바이다. 안보연구가 유용하지만 그것이 평화연구의 전부는 아니다. 최근 들어 평화 논의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정치군사, 남성 중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비핵화, 평화체제, 남북관계 발전의 선순환 혹은 그중 특정 목표를 강조하는 식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는 분쟁이 완전 종식되지 않은 한반도의 특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군사적인 문제 해결을 이유로 대중의 안전과 존엄한 삶과 직결되는 문제들을 소홀히 다루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 논의는 정부 차원의 안보화 담론이 주류였고 민간은 인권, 인도주의, 발전 담론으로 나뉘어 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쟁종식 노력과 함께 대중의 안전과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보장할 때 평화 프로세스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올해가 2년차인데, 앞으로 연구 계획은?


“이 연구는 평화-인권-발전의 선순환 관계를 형성해 적극적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방향성을 갖고 5년간 진행되고 있다. 이론 연구와 사례 연구를 통해 한반도에 인간의 얼굴을 한 평화, 양질의 평화를 수립할 방안을 모색한다. 학제 간 연구와 현장 답사가 더욱 요청되는 융복합 연구주제다. 향후 3~4년차 연구에서는 발전과 인권을 중심에 놓고 평화 프로세스를 사례연구한 뒤, 5년차에는 한반도형 평화 프로세스를 제시할 것이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l.com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020195.html#csidx883a00af587b1e699dbb3cc4539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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