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핵무기까지 동원할까? 많은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질문이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침공 사흘 만에 “핵 억제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에게 지시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 뒤 푸틴 정권은 “현 단계에선” 핵무기를 사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왔다. 이는 러시아가 당장은 핵공격을 하지 않겠지만, 전세가 뜻대로 전개되지 않으면 핵을 동원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푸틴 정권의 언행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미친 자의 이론’(madman’s theory)을 떠올리게 한다.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두려움을 자극해 협상력을 극대화해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 국장인 스콧 베리어 중장은 3월 중순 의회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적들을 위협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상대가 종전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미지의 영역이지만, 앞으로 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러시아의 재래식 군사력은 약화되는 반면에 나토의 군사력은 크게 강화될 것이다. 이에 대응해 러시아는 핵무기, 특히 전술핵의 비중을 대폭 높일 것이다. 전술핵을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이퀄라이저’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가시화되면 냉전 시대에 버금가는 핵전쟁의 공포가 유럽을 비롯한 지구촌을 또다시 배회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최근 전술핵을 가장 많이 언급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일 것이다. 그 시발점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였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한의 첨단무기 도입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현대전에서 작전임무의 목적과 타격 대상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전술핵 개발 의사를 밝힌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최근 발언도 주목된다. 4월4일자 담화에서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말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4월16일에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실시했는데, 이 무기의 개발을 두고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을 강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거리 미사일에 전술핵탄두 장착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전술핵에 집착하는 것일까? 미국의 핵 전문가인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의 앙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세가지 이유로 분석한다. 첫째는 월등한 군사력의 우위에 있는 한-미 동맹과의 군사력 균형을 최대한 맞추고, 둘째는 한-미 동맹의 공격을 억제하며, 셋째는 억제 실패 시 북한이 핵무기를 동원할 수 있다는 의지를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전술핵 개발 방침이 “실용적인 관점에서 볼 때, 특별히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분석은 전술핵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맥락이 닿아 있다. 전술핵은 한국전쟁 때 최초로 등장했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미국은 핵무기 사용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공산군을 괴멸하려면 핵무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기존의 핵무기는 파괴력이 너무 커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식이 파괴력을 크게 낮춘 전술핵이다. 이를 주도한 콜린스 육군참모총장은 1951년 2월 “육군이 곧 사용 가능한 핵폭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듬해에는 핵대포 실험에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전략핵’과 ‘전술핵’의 구분도 생겼다. 전략핵은 적대국이 전쟁을 결심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발로도 대도시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파괴력이 엄청나다. 이는 거꾸로 사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핵을 ‘사용할 수 없는 무기’(unusable weapon)로 부르는 이유이다. 반면 전술핵은 콜린스가 말한 것처럼 ‘사용 가능한 무기’(usable weapon)로도 불린다. 그래서 전술핵의 파괴력은 전략핵보다 약하지만 위험성은 더 크다.
적대국의 전술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면 위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역사의 교훈이다. 그래서 냉전 시대에는 군비경쟁 못지않게 군축 협상도 활기를 띠었었다. 신냉전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군축 협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wooksik@gmail.com
원문보기: 북·러 개발 열 올리는 전술핵…전략핵보다 더 위험한 이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핵무기까지 동원할까? 많은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질문이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침공 사흘 만에 “핵 억제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에게 지시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 뒤 푸틴 정권은 “현 단계에선” 핵무기를 사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왔다. 이는 러시아가 당장은 핵공격을 하지 않겠지만, 전세가 뜻대로 전개되지 않으면 핵을 동원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푸틴 정권의 언행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미친 자의 이론’(madman’s theory)을 떠올리게 한다.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두려움을 자극해 협상력을 극대화해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 국장인 스콧 베리어 중장은 3월 중순 의회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적들을 위협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상대가 종전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미지의 영역이지만, 앞으로 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러시아의 재래식 군사력은 약화되는 반면에 나토의 군사력은 크게 강화될 것이다. 이에 대응해 러시아는 핵무기, 특히 전술핵의 비중을 대폭 높일 것이다. 전술핵을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이퀄라이저’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가시화되면 냉전 시대에 버금가는 핵전쟁의 공포가 유럽을 비롯한 지구촌을 또다시 배회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최근 전술핵을 가장 많이 언급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일 것이다. 그 시발점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였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한의 첨단무기 도입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현대전에서 작전임무의 목적과 타격 대상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전술핵 개발 의사를 밝힌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최근 발언도 주목된다. 4월4일자 담화에서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말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4월16일에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실시했는데, 이 무기의 개발을 두고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을 강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거리 미사일에 전술핵탄두 장착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전술핵에 집착하는 것일까? 미국의 핵 전문가인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의 앙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세가지 이유로 분석한다. 첫째는 월등한 군사력의 우위에 있는 한-미 동맹과의 군사력 균형을 최대한 맞추고, 둘째는 한-미 동맹의 공격을 억제하며, 셋째는 억제 실패 시 북한이 핵무기를 동원할 수 있다는 의지를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전술핵 개발 방침이 “실용적인 관점에서 볼 때, 특별히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분석은 전술핵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맥락이 닿아 있다. 전술핵은 한국전쟁 때 최초로 등장했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미국은 핵무기 사용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공산군을 괴멸하려면 핵무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기존의 핵무기는 파괴력이 너무 커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식이 파괴력을 크게 낮춘 전술핵이다. 이를 주도한 콜린스 육군참모총장은 1951년 2월 “육군이 곧 사용 가능한 핵폭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듬해에는 핵대포 실험에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전략핵’과 ‘전술핵’의 구분도 생겼다. 전략핵은 적대국이 전쟁을 결심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발로도 대도시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파괴력이 엄청나다. 이는 거꾸로 사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핵을 ‘사용할 수 없는 무기’(unusable weapon)로 부르는 이유이다. 반면 전술핵은 콜린스가 말한 것처럼 ‘사용 가능한 무기’(usable weapon)로도 불린다. 그래서 전술핵의 파괴력은 전략핵보다 약하지만 위험성은 더 크다.
적대국의 전술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면 위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역사의 교훈이다. 그래서 냉전 시대에는 군비경쟁 못지않게 군축 협상도 활기를 띠었었다. 신냉전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군축 협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wooksik@gmail.com
원문보기: 북·러 개발 열 올리는 전술핵…전략핵보다 더 위험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