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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ow[정욱식 칼럼] 북한이 크게 달라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재단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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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북한의 핵무장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데에 있다 . 한반도 비핵화가 사실상 물 건너간 만큼 , 비핵화를 핵심적인 목표로 삼아온 대북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 일리 있는 주장이다 .


동시에 핵무장에 비해 잘 보이지 않는 , 그러나 매우 중요한 북한의 변화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 세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 첫째는 북한이 한·미·일과의 관계 개선 미련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 둘째는 북한 경제가 외부에서 생각하는 만큼 어렵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 셋째는 경제제재에 대한 북한의 판단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


1990년대 초반 이래 한반도 문제의 핵심에는 북핵 문제와 한·미·일 사이의 상호작용에 있었다 . 북한의 핵개발은 한·미·일의 대북 강경책의 원인이면서도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외교적 과제이기도 했다 . 북한 역시 때로는 벼랑 끝 전술로 , 때로는 대화와 협상으로 한·미·일 ,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풀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 이랬던 북한이 2019년 말부터 대화의 문을 굳게 닫아걸고 있다 . 2018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있었던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허망한 결과만 낳았고 앞으로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


북한의 경제난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가능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빈곤한 북한 ’은 대북 지원과 경제협력 , 그리고 경제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포용정책부터 , 대북 제재 유지 ·강화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압박하거나 붕괴를 도모해야 한다는 강경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어왔다 . 하지만 북한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빈곤하지 않지 않다면 ? 북한은 2021년 7월에 유엔에 ‘자발적 국가 검토 보고서 ’(VNR)를 제출했는데 , “2015∼2019년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1%”라고 보고했다 . 같은 기간 한국은행의 추정치보다 무려 9.5%나 높다 .


경제제재에 대한 북한의 셈법이 달라졌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 ‘제재 해결 ’(Without Sanctions)의 추구에서 ‘제재와 더불어 ’(With Sanctions)로의 전환이 바로 그것이다 . ‘과거의 북한 ’은 미국 주도의 제재에 비명도 지르고 제재를 풀어달라고 호소도 했었다 .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의 허망한 결과를 경험하고는 제재를 “자력갱생 ”과 “자급자족 ”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 ”로 삼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


이들 세가지 변화는 북한의 핵무장 못지않게 대북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요인들이다 . 한·미·일과의 관계 정상화는 비핵화의 핵심적인 상응조처였다 . 그런데 북한이 이러한 외교적 목표를 거의 접었다는 것은 대북정책의 핵심적인 지렛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대북 지원이나 협력으로 , 혹은 대북 제재 유지 ·강화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려고 했던 접근도 유효기간이 지났다 .


그럼 달라진 북한을 상대로 대북정책을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까 ? 지피지기가 매우 중요하다 . 사실 대북정책만큼이나 지피지기가 잘 안되는 분야도 없다 . 이제는 각자가 원하는 북한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 ’을 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 동시에 진영 논리를 떠나 역대 한·미·일의 대북정책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만 볼 것이 아니라 , 한·미·일의 무기고에 쌓이고 있는 첨단무기들도 같이 볼 수 있는 지혜도 요구된다 . 가장 중요하게는 북한의 변화가 외부와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라는 점을 직시하는 것이다 .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wooksik@gmail.com 


원문보기: [정욱식 칼럼] 북한이 크게 달라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 국방·북한 : 정치 : 뉴스 : 한겨레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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