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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ow[정욱식 칼럼]북핵과 인도주의, ‘분리’와 ‘연계’를 넘어

재단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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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북한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에는 크게 ‘분리’와 ‘연계’가 있다. 먼저 북핵 문제와 인도적 협력의 ‘분리’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16일 국회 시정연설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로 규정하면서도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정치군사적 고려 없이 언제든 열어놓겠다”며 북한이 호응한다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개발과 인도적 위기를 ‘연계’해 북한을 비난하는 시선도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화법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보다 인도적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북한이 매우 필요한 백신 지원을 거부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인도적 곤경 완화와 아무 상관이 없는 탄도미사일과 핵무기에 막대한 금액을 계속 투자하는 것은 또 다른 큰 아이러니이거나 심지어 비극”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정치군사적 문제와 인도적 지원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은 일견 타당하고도 전향적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현실은 이러한 접근의 재고를 요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의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문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군비증강과 한-미 연합훈련을 계속하면서도 방역 등 인도적 협력을 제안했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인도적 협력은 “비본질적 문제”라며 한-미 연합훈련과 남한의 첨단 무기 도입과 같은 “근본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이러한 남북한의 ‘엇박자’는 전두환 정권 이래 최장기간 대화 단절로 이어지고 말았다.


윤석열 정부도 ‘예고된 실패’를 답습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로 표현하는데, 이것부터가 남북한의 신뢰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미국과 연합훈련도 계속하고 북한의 국내총생산(GDP)보다 1.5배나 많은 군사비를 쓰며 각종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는 남한의 언행을 ‘내로남불’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윤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의 강화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그리고 선제공격론에 해당되는 ‘킬 체인’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군사적 행보는 인도적 지원 제안의 수용성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화법은 더 유감스럽다. 북한 정권을 ‘악마화’하면서 인도적 협력을 강조하는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정작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인 자국의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고 최근 들어 확산세가 다시 나타나고 있으며 올가을부터는 대유행이 또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자살, 알코올과 마약 중독에 의한 사망자를 일컫는 ‘절망사’도 선진국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미국의 군사비는 매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면서 전 세계 군사비의 40%에 다가서고 있다.


이러한 지적이 북한에 문제가 없다거나 군사 문제가 인도적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는 취지가 아님은 물론이다. 민생이나 인도적 문제보다 “군사력에 의한 안보”를 더 중시하는 경향은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도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만 콕 집어 비난하는 것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에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감’을 불러오는 방식은 결코 성공적인 대북정책이 될 수 없다.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군비증강과 민생 위기가 북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자각에 있다. 나의 문제를 성찰할수록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wooksik@gmail.com 


원문보기: [정욱식 칼럼] 북핵과 인도주의, ‘분리’와 ‘연계’를 넘어 : 국방·북한 : 정치 : 뉴스 : 한겨레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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