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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ow[정욱식 칼럼] 한반도 ‘충돌 안전장치’ 9·19군사합의 풍전등화

재단
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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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4일에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 주도의 강력한 대응이 나올 수 있다. 앞으로의 상황 전개도 매우 우려스럽다. 당장 4월에는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번 북한의 아이시비엠 발사에 대응해 야외 기동훈련 및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으로 훈련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북한이 4월15일 태양절을 전후해 인공위성 발사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남북한이 2018년에 체결한 9·19 군사합의도 위태로워지고 있다. 그 예고편은 이미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북한이 서해상으로 방사포 4발을 발사한 다음날인 3월21일에 “9·19 합의 위반 아닌가. 명확한 위반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욱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방사포를 발사한 수역은 9·19 합의가 설정한 ‘해상완충구역’보다 훨씬 북쪽이기 때문에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자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북한 감싸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국힘의힘 소속의 여러 의원은 9·19 합의를 두고 “안보 포기 각서”라고 맹비난했었다. 윤 당선자도 후보 시절에 이 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북한의 방사포 발사를 두고 합의 위반이라는 사실과 다른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북한발 파기 선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021년 3월15일에 한·미 연합훈련을 맹비난하면서 남한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마도 북한은 자신의 위성 발사를 아이시비엠으로 규정하는 한·미의 태도, 야외 기동훈련이나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가 포함되는 한·미 군사훈련 등을 “더더욱 도발적”이라고 간주할 것이다.


누구에 의해서든 9·19 합의가 파기되면 한반도 정세는 지금과는 질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남북한의 군비 경쟁은 역대급으로 치달아왔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접경지역의 비무장화와 군사적 완충 지역 설정을 골자로 하는 9·19 합의가 우발적 충돌 방지에 크게 기여해온 것이다. 이는 거꾸로 이 합의가 파기되면 전쟁 방지 및 위기관리의 안전핀 하나가 제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자는 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강해지고 있는 데에서 9·19 합의의 무용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이 합의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북한의 핵무력과 미국의 핵우산이 드리워진 한반도에서 작은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상상할 수 없는 상황, 즉 핵전쟁의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북한이 전술핵무기 개발을 공언하고 있고 윤 당선자가 ‘선제타격’을 언급한 바 있으며 미국의 전략자산 재투입이 공론화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군비 증강에 여념이 없는 남북한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게 있다. 바로 “전쟁 억제력”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말할 것도 없고 윤 당선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주는 교훈은 “억제력 강화만이 살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쟁은 억제력 강화만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억제력을 추구하더라도 상호 간의 오판과 오인,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풍전등화에 놓인 9·19 군사합의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는 안팎으로 매우 좋지 않은 안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외교안보 공약에도 우려스러운 것들이 많다. 하지만 야당 대선 후보로서 현 정부를 비난하던 때와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책임져야 할 때는 달라야 한다. 9·19 합의에 대한 정파적 시각을 거둬내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 성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때다. 김정은 정권도 핵무력 강화를 위한 폭주를 멈추고 대화에 나서야 할 때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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