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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ow“북미보다 남북 중심으로 평화체제·비핵화 동시 추진하자”

재단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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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부산 해운대구 웨스턴조선부산 호텔에서 열린 2021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세션2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희망의 트라이앵글'에서 존 페퍼 미국 정책연구원 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해묵은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17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1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세션 2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희망의 트라이앵글’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에 기반한 전문가들의 제안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현재 북-미 중심의 협상, 비핵화-평화체제구축 선후 논란 및 미국의 경제제재 중심의 대북 접근의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김상기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평화협정 체결과 군비통제, 남북 및 북-미 간 적대인식 해소와 신뢰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세가지 과제가 모두 “북핵문제에 종속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북-미 협상의 진척이 없는 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른 여러 과제들도 진척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핵심적인 동력이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이었다고 강조하며 “북-미 협상 중심의 비핵화 우선 관점에서 남북 협력 중심의 평화체제 비핵화 동시 추진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 간 대화의 재개와 관계 개선이 우선돼야 하는데 대북 유인책으로 “내년 3월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 또는 취소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 중심 접근이 새로운 패러다임인가, 실패한 패러다임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를 중심으로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결국 진전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합의된 정의도 없고 최종적인 목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비핵지대를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와 목표로 삼는 것”을 제시했다. 또한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보다 1953년 이후 한번도 하지 못한 “평화협정 협상 개시 선언”을 대안으로 꼽았다.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적·융합적 추진을 해보자는 구상으로, 정 소장은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 구축 그리고 비핵화에 관한 잠정 협정”이라고 규정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 비핵 평화협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세션에서는 ‘기후변화’를 고리로 한 대북 접근법도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존 페퍼 미 정책연구원 소장은 “미국의 대북 제재가 북한의 비핵화 등 원래 의도한 결과를 달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에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북핵 고도화, 군사주의 강화 등 “악순환을 만들어냈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의 대북 제재를 철회하기 쉽지 않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전향적인 대북 정책을 제시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남북이 탄소발자국을 줄여가는 협력’ 등을 시도한다면 북-미 간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좀 더 급진적인 접근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더 좋은 당근”으로 북한에 재생 에너지 설비를 제공하는 것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는 발표자들의 제안이 유의미하다면서도 ‘한국과 미국이 먼저 할 수 있는 변화’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한국의 국방비는 북한의 국민총소득(GNI)을 초과한다”며 “북한은 (핵무기 개발 등) 비대칭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먼저 국방비 동결 등 군비 감축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향해서도 “미국의 국방비는 중국 국방비의 2배 이상이고, 핵무기도 10배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아시아·태평양에서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부터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도 “그동안 한반도 평화가 진전하지 못했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한국의 지속적인 군비 증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를 정확하게 직시하지 않으면 현재 교착 국면을 풀어나가기는 장기적으로 계속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한반도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 해소에 대한 (한국 사회 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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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1019758.html#csidxd1b89fee4eea747b211e6758fb968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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