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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owDMZ서 만난 한중 청년 “책상에 긋던 38선은 사라졌는데…”

재단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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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엠제트 한중 청년 평화포럼> 참가자들이 태풍전망대에서 촬영한 단체사진. 재단 제공.
<디엠제트 한중 청년 평화포럼> 참가자들이 태풍전망대에서 촬영한 단체사진. 재단 제공.

“한국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는 게 제일 아쉬워요.” 작년 11월에 만난 중국인 유학생에게 들은 말이다. “그럼 한국 친구를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물으니 “물론이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성균중국연구소·평화네트워크·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가 공동주최한 디엠제트(DMZ) 한중 청년 평화포럼은 이 대화를 계기로 마련되었다. 2월 16-17 양일간 태풍전망대를 비롯한 연천군에서 치러진 이 행사에는 한중 청년 12명씩 모두 24명이 참가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두 나라 청년이 소감문을 보내왔다.

곽승준 가천대학교 동양어문학과 재학생. 본인 제공.
곽승준 가천대학교 동양어문학과 재학생. 본인 제공.

“우리는 갈 수 없는 땅, 중국인은 여행사 통해 찾는다니”

곽승준 가천대학교 동양어문학과 재학생


디엠제트 한중 청년 평화포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우선 우리나라 사람도 많이 방문해보지 못한 디엠제트에서 한국과 중국의 청년들이 함께 방문했다는 것부터 이채롭게 느껴졌다. 태풍전망대에서는 북한을 육안으로 바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이 볼 수 있었는데, 중국인 청년들과 북한에 관해 대화를 나눈 것이 인상에 남았다. 우리나라 사람은 어느덧 갈 수 없는 땅이 되었는데, 중국인들은 여행사를 통해 북한에 갈 수 있었다는 얘기가 특히 그러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재인 폭포를 방문했을 때에는 여행이 주된 얘깃거리였다. 양국 청년들은 한국과 중국의 여러 아름다운 여행지를 서로 알려주며 친목을 다질 수 있었다. 임진강 여울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 두루미를 보러 갔을 때에는 두루미가 중국에서 행운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중국 친구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수레울 아트홀에서 진행된 박경만 한겨레신문 선임기자의 ‘사진으로 보는 디엠제트’ 강연에서는 디엠제트라는 특수한 장소가 비록 한국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로 인해 만들어진 곳이지만, 현재에는 민간인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라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도 가장 자연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된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일차 일정이 모두 끝난 뒤에는 한중 청년 모두가 한 방에 모여 함께 게임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스럽게 친해지면서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나중에 다시 만나 놀자”, “일정이 끝난 뒤 함께 식사하자” 등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한중 청년 평화포럼이 끝난 현재까지도 서로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이번 한중 청년 평화포럼을 통해 여러 내용의 주제에 관해 한중의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평소 일상생활에서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주장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생각과 시각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도 중국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되어 유익한 포럼이었다는 소감을 전해주었다.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해 접하는 중국이 전부가 아니라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깨달음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지선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과 석사과정. 본인 제공.
이지선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과 석사과정. 본인 제공.

“초등생들의 38선은 사라졌는데, 남북한 38선은 남아”

이지선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과 석사과정


2023년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같은 학과 친구의 추천을 받아 한중 청년 평화포럼에 참가하였다. 한국과 중국 청년들이 비무장지대와 두루미 서식지, 그리고 역사문화유적지를 방문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자의 학부 전공이 한국어다 보니 학부 때부터 한중 교류회 같은 행사를 체험한 적이 있었지만, 대학원 입학 이후에 한국 청년과 함께 한 행사는 처음이었다.


남북한 군사분계선 부근의 자연경관과 환경보호에 대해서는 과거에 많이 들었지만 직접 탐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첫 방문지인 태풍전망대는 서울에서 약 65Km, 평양에서 140Km 거리에 있고, 군사분계선까지는 800m, 북한군 초소까지는 1,600m 거리에 위치해 있다고도 한다. 이곳을 보면서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과거에 중국의 초등학교 학생들은 자기와 같은 책상에 앉은 친구와 틀어지면 책상 가운데에 '38선'을 그어놓고 넘어오지 말라고 하곤 했었다. 초등학생 사이의 “38선”은 이내 사라져 다시 친해지곤 했지만, 남북한의 38선은 아직도 남아 있다.


이어 임진강 유역에서 월동한 두루미들을 길가에 머물며 바라봤다. 군사분계선과 DMZ 때문에 개발되지 못하는 이 땅은 두루미의 낙원이 되어 있었다. 두루미는 동아시아에서 고대부터 길상과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로서 문예 작품에 자주 나왔다. 두루미가 서구의 비둘기처럼 동아시아 평화의 상징이 되어 인간과 함께 이 땅에서 오래 공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른 참가자들과 나누었다.


박경만 기자가 강연에서 보여준 백령도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사진들을 통해 디엠제트의 역사와 생태환경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남북한 사이에 철조망으로 만들어진 경계가 있기 때문에 사람은 오가지 못하고 새만 그 위를 넘나들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하루빨리 남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본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과 중국 청년 세대가 서로 혐오하는 근원을 분석하면서 한중 청년이 취업난부터 결혼·출산 문제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을 들으면서 한중 청년이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서로 삶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협력해 환경과 기후위기와 같은 문제에 함께 대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에는 한중 청년들이 ‘혐중·혐한 감정의 허와 실을 말한다’는 주제로 토크쇼를 가졌다. 장영희 성균중국연구소 박사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서는 역사와 사회 문제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자신의 관점을 밝히고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였다. 토론에 참여하면서 1992년 양국 수교 이후 경제 교류가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지식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거의 모든 역사 교육이 일국사적인 시야에 갇혀 있어 사람들이 역사문제를 보는 시각을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다”라는 식으로 편협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민족이 상상의 공동체라면 인터넷에서 서로 공격하고 혐오하는 상대도 “상상의 타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상의 타자를 언론이나 인터넷 공간에만 남겨두지 말고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포럼을 통해 한중 청년들이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행사를 마련해준 단체들과 이틀 동안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교류는 한번이 끝이 아니라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친구들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려본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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