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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ow미국의 유엔사 강화, 한국 전작권 행사 무력화 불씨 되나

통일문화재단
20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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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찾아온 뒤 한반도 위기를 관리할 때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역할이 ‘불씨’가 되고 있다. 지난 8월 한-미 연합연습 때 양국은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할 능력을 갖췄는지 처음으로 검증·평가했다. 한국군 대장이 이 연합연습을 주관했다. 그런데 이 연습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 한반도 위기 관리에서 유엔사 역할과 권한을 두고 한국과 미국이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유엔사를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을 통제하는 기구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고 걱정했다. 이 경우에는 자칫 한국군이 전작권을 되찾아와도 빈껍데기가 될 수도 있다. 왜 이런 논란이 불거지는 걸까?


 3개의 모자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에 처음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전작권을 찾아오려고 했던 2000년대 초·중반 노무현 정부 때부터 논란이었다. 당시도 유엔사의 법적 성격,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 해체 여부 등을 놓고 이견이 나왔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악화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미루면서 이 문제는 한동안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문재인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다시 추진하면서 최근 물 위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7월14일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 맥아더 장군에게 국군의 작전지휘권을 이양했다. 한국과 미국은 한국전쟁 휴전 뒤인 1954년 11월 체결한 한-미 합의의사록에서 “유엔사가 대한민국의 방위를 책임지는 한 그 군대를 유엔사의 작전통제권하에 둔다”고 규정했다. 1975년 제30차 유엔총회에서 공산진영이 제출한 유엔군사령부의 조건 없는 즉각 해체 결의안이 자유주의 진영의 남북대화의 계속 촉구 결의안과 함께 동시 통과되는 등 국제사회에서 유엔사의 국제법 지위가 계속 논란이 됐다. 이 논란을 의식해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됐고 전작권이 유엔사에서 한-미연합사로 위임됐다. 동서 냉전 해체 전후해 전작권 환수 요구가 한국에서 나왔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1991년 11월 한 국내신문과의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1995년까지는 평시작전통제권을 대한민국 국군이 넘겨받고, 2000년까지는 전시작전통제권도 대한민국 국군이 이양 받는다는 것이 큰 방향”임을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작전통제권을 전시와 평시로 나눠, 김영상 정부 때인 1994년 12월 평시작전통제권을 한국에 넘겼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은 연합사에 그대로 남아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12년 4월17일부로 전작권을 한국으로 이양한다'고 미국과 합의했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전작권 전환 일정을 계속 미뤘다. 미국 육군 대장인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모자가 2개 더 있다. 한미연합사 사령관과 유엔사 사령관을 함께 맡고 있다. 에이브럼스 대장은 상황에 따라 사령관 모자 3개 중 필요한 것을 골라 쓴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열렸던 역대 한미연합사령관 이·취임식 때는 신임 사령관이 지휘깃발(지휘기) 3개를 넘겨받아왔다. 넘겨받는 순서는 통상 한미연합사, 유엔사, 주한미군사령부 순서였다. 이 순서는 3개 모자의 무게와 권한 순이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반도 유사시 국군과 미군 63만명의 전작권을 행사한다. 유엔사령관은 정전체제 관리가 주 임무이고, 주한미군사령관은 2만8천여명의 주한미군을 관리한다.


 2개의 모자 한국이 전작권을 가져오면, 한미연합사는 미래연합군사령부로 개편되고,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게 된다. 전작권 전환 이후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사 사령관만을 겸직한다. 모자가 2개로 줄어들면 한반도 위기 관리가 복잡해진다. 2007년 1월 당시 버웰 벨 유엔군사령관은 “전작권 전환과 연합사 해체에 따른 유엔군 사령관의 군사적 책무 수행상 부조화”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는 유엔군사령관이 겸직한 한미연합사령관을 통해 비무장지대(DMZ)에 전개된 한국군을 운용하여 정전체제 유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유엔군사령관은 정전협정 관리 및 유지를 위하여 정전 상태에서 연합사령관의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에 근거한 한국군이 포함된 전력을 지원받게 돼 있다. 연합사가 해체되면 유엔사령관은 실병력이 거의 없어 정전관리 임무 수행이 아주 어려워지게 된다.


유엔사의 역할? 현재는 정전협정 유지 임무와 관련해 한미연합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의 지시에 따른다. 1970년대 맺어진 합동참모본부(합참)-유엔사-연합사 관계약정(TOR)에는 정전협정이 유지되는 한 유엔사가 연합사를 지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가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한미연합사(1978년 11월 창설)에 위임했지만, 연합사령관과 유엔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이 같은 사람(미군 대장)이라 지금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작권 전환 이후 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군사령부가 한미연합사를 대신한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 합참과 미래연합군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위기 관리를 맡는다. 이들 간의 관계 설정이 쟁점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평시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관리하는 유엔사의 임무를 전반적인 한반도 위기 관리로 확장하려고 한다. 유사시 북한의 군사행동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간주하거나 확전 방지 차원에서 유엔사가 미래연합사에 군사 대응을 지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한국이 되찾아온 작전통제권 행사를 마음대로 못하게 될 수 있다. 지난달 한-미 연합 지휘소 훈련 때 양국 사이에서 유엔사 역할 문제가 불거진 이유다. 전작권 전환 이후 미국이 유엔사를 통해 한국군을 통제할 것이라고 보는 쪽은 미국이 2014년부터 진행 중인 유엔사 재활성화(강화) 움직임을 주목한다. 유엔사 참모 조직 강화 등으로 30~40명 수준이던 유엔사 근무자가 2~3배 늘어났다. 지난해 8월 마크 질레트 미 육군 소장이 유엔사 참모장에 취임했다. 전에는 주한미군 참모장이 유엔사 참모장을 겸직했다. 지난해 7월 이후 미군이 맡아오던 유엔사 부사령관을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3성 장군이 맡고 있다.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이후 사라진 유엔사의 작전기능을 살리고, 다국적 군사기구로 강화하는 등 유엔사의 독자적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유엔사가 독자적인 작전능력까지 확보하면, 국군의 전작권 행사에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사항인 비무장지대 감시 초소(GP) 철수와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에 대해 유엔군사령부가 ‘GP 철수는 유엔사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며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유엔사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 중의 하나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근거로 비무장지대 관할권을 자신들이 갖고 있어 비무장지대 출입이나 내부 활동에 대한 통제 권한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0년 6·15 선언에 따라 남북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 사업을 추진했을 때도 유엔사가 한국 정부에 대해 ‘비무장지대 출입 승인절차를 밟으라’고 제동을 건 바 있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1일 “전작권 환수는 단순히 과거 한국이 미국에 양도한 군사주권을 되찾아온다는 의미를 넘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군사안보적 환경을 만드는 의미가 있다”며 “유엔사가 갖고 있는 정전협정 관할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한국 합참이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사 강화 움직임에 대해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19일 “유엔사 주도로 한국의 다국적군 사령부가 구성되게 되면 이를 빌미로 일본은 한국 안보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며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들을 일본이 담당하고 이를 통해서 한국 전쟁에 개입할 수 있는 일본의 전력제공국의 지위가 보장될 수 있는 모종의 합의가 지난주에 이루어졌다. 이는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보다 더 심각한, 안보에 있어서 대일 종속으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 4일 “유엔사는 한미연합사에 대한 지휘 권한이 없으며, 정전협정에 제시된 정전 사무 이행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전시작전권을 한국이 가져올 경우 미국이 유엔사령관 지위를 이용해 계속 전작권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유엔사는 정전협정 이행을 위한 권한만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방부는 “일본은 6·25전쟁 참전국이 아니며 ‘워싱턴선언’(1953)을 통해 한반도 전쟁 재발 시 재참전을 결의한 국가가 아니므로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이 국방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nura@hani.co.kr


2019-09-16 한겨레신문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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