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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ow바이든, ‘톱다운’보다 ‘보텀업’ 선호…김정은과 ‘담판’ 없다

통일문화재단
2020-04-27
조회수 1995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코로나19로 관심권에서 떨어져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잇단 자충수를 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찌감치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물밑 싸움’은 서서히 가열되고 있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선 바이든이 오차범위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대선 승부처인 플로리다, 미시간 등 ‘경합주’에서도 양쪽이 치열한 박빙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의 한반도와 대중국 공약 등에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 북핵 정책-톱다운 대 보텀업 방식, 대북제재 강화는 닮은꼴 바이든의 선거캠프 공식 웹사이트에 올라온 공약과 미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그의 북핵 해결 접근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두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담판을 시도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정상이 합의한 뒤 실무자들이 후속 협의 및 이행을 하는 것) 방식과는 상당히 결이 다르다.

바이든은 공약을 통해 “협상가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밝히고, <뉴욕 타임스> 설문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외교’를 지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하지 않겠다”(no)고 선을 그었다. 실무협상에서 출발해 단계를 밟아가며 정상회담까지 올라가는 ‘보텀업’ 방식을 제시하며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그는 이 신문에 “김정은 위원장과 기꺼이 만날 의향이 있다”면서도 “트럼프처럼 허영심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핵화의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전략의 일부분으로”라는 조건을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은 협상 동력을 키울 수 있지만, 관료들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없으면 안정성이나 추진력이 떨어진다. 바이든이 제시한 보텀업 방식도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대북 접근 방식이었지만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5년 7월 체결한 미국 등과 이란의 핵협정도 협상에만 몇년이 걸렸는데, 이란 핵 문제보다 훨씬 더 복잡한 북핵 문제를 관료와 전문가 주도의 협상으로 풀면 안정성에만 매몰되고 속도가 떨어진다. ‘대북 제재’와 관련해선 트럼프 행정부와 엇비슷하다. 바이든은 북한이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옥죌 것이냐는 <뉴욕 타임스> 질문에 ‘예’(yes)라고 밝혔다. “중국이 평양을 압박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혀, 중국을 활용해 대북 제재 집행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기본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와 닮은꼴이다. 바이든 진영이 대북 접근법에서 “동맹과의 지속적이고 조율된 방식”을 강조한 측면은 양날의 칼이다.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한국 등 동맹의 뜻을 더 존중하겠다는 거여서, 문재인 정부의 의견이 좀 더 반영될 수 있다. 다만 2022년 3월 한국 대선에서 보수 진영이 집권하면, 오바마-이명박·박근혜 때와 같은 ‘악순환’이 재연될 위험성이 있다.

■ 미-중 사이 ‘줄서기 압박’ 더 거세질 듯 한-미 동맹과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처럼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 등 ‘미국 우선주의’를 대놓고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사실상 공식화함으로써, 대중국 정책만 보면 그가 부통령을 지낸 오바마 행정부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론에 더 가깝다.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외교안보적 도전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바이든은 외교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묻는 <뉴욕 타임스> 질문에 △부상하는 권위주의(중국·러시아)에 맞서 ‘자유세계’ 결집 △기후변화에서 미국의 리더십 발휘 △동맹 복원 등 3가지로 답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중동이나 대테러 대응에서 중국·러시아 등 이른바 ‘수정주의’ 초강대국에 대한 대처로 초점이 이동했는데 여기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순위가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는 것이라고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자유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모아 집권 첫해에 ‘글로벌 민주주의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의제로는 △부패와의 싸움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방어 △인권 증진 등 중국의 약점들을 제시하며 ‘전선’을 명확히 했다. 외교정책에서 민주주의나 인권 등의 가치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트럼프 행정부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가치 공유는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에 맞서기 위한 한·미·일 외교·군사 협력의 이데올로기적 토대가 돼왔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실제, 바이든 쪽은 대중국 전선의 모든 분야에서 ‘동맹 강화’를 방법론으로 제시하고 있다. 군사 분야에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군 주둔을 늘리고,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나라들과의 유대를 심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화웨이의 5G 기술과 관련해서도 “민주적 동맹들과 함께” 민간 주도의 안전한 5G 네트워크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해선 “자기파괴적인” 관세 부과에는 반대하지만 “기존의 무역법에다 동맹국과의 단일 전선을 구축해 중국에 대한 ‘표적 보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이든의 대중국 공약은 오바마 시대의 단순한 복원이라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패권 경쟁’을 닮았다. 특히, 대중국 전선에서 동맹의 참여 요구 범위가 트럼프 행정부보다 넓고, 관료와 전문가를 동원하는 조직력과 치밀함도 바이든 쪽이 더 능숙한 편이어서 한국 입장에선 대처하기가 무척 까다로울 수 있다.

이용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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