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한동대 통일한국센터 정진호 교수
남북관계와 국제문제 전문가, 울릉도 시민 등 30여명이 지난 22일 울릉도의 한 리조트 회의실에 모여 앉았다. ‘유라시아 원이스트씨 포럼’ 창립 기념으로 세미나를 시작한 자리였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뱃길 4시간 동안 너울 파도에 시달린 탓에 다소 지친 표정이었지만. 강연과 토론이 이어지자 뱃멀미의 힘든 기억도 잊은 듯 보였다. 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정진호(62) 한동대 통일한국센터 교수는 2박3일 세미나 일정을 마친 24일 “남북 간에 막힌 벽을 허물어야 하는데, 일단 물길을 열어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고 싶다”며 “마중물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해야 할 일이 차고 넘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라시아 원이스트씨 포럼’은 경상북도의 지원으로 진행하던 남북경협포럼을 사단법인 형태로 발전시켜 지난 1일 창립총회를 열었다. 처음엔 동해를 끼고 있는 경북 지역의 특성을 살려 ‘남북이 하나의 동해에서 만나자’는 뜻으로 포럼 이름을 ‘한동해’로 하려고 했단다. 하지만 ‘환동해’와 헷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또한 유라시아 대륙으로 관심을 넓혀야 한다는 뜻에서 공식적인 명칭을 ‘유라시아 원이스트씨 포럼’으로 확정 지었다. 동해를 유라시아 대륙 전체의 바다로 삼아 21세기 문명사의 중심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에서다.
정치색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경북 지역에서 의욕적으로 남북 교류와 협력을 위한 사업에 나서려는 시도는 뜻밖이지만 참신하다. 정 회장은 “지난해 5월 경북도청 관계자가 대학의 내 사무실로 찾아와 ‘남북경협 시대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한테 자문이나 아이디어를 구하고 싶다’며 포럼 창설을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그도 “처음엔 의외였다”면서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중요한 방향이 남북경협을 통해 함께 상생하는 평화적 연대라고 늘 생각했기 때문에 반가운 제안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남북이 연대하고 실크로드나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유라시아 내륙까지 뻗어 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민족의 활로가 생긴다고 본다”며 “그건 당위적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독도와 울릉도의 상징성을 살려 남북 해양 교류 특구를 만들어 원산과 울릉도를 오가는 쌍방향 관광 프로젝트도 시작하고, 어로협정을 맺어 동해안 생태계에 대한 남북 공동연구, 식량 및 공동 방역문제 등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세미나는 김남일 경북도 환동해 지역본부장의 환영사에 이어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이병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윤인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의 강연과 발제 등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24일 독도 방문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정 회장은 특별한 삶의 궤적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 공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 엠아이티(MIT) 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은 뒤 1994년 중국으로 건너갔다. “남북과 전세계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사이에 ‘3자 연대’가 필요하다는 사명감을 깨닫게 되면서” 연변과학기술대 교수로 재직하며 북한의 평양과학기술대 설립에 나섰다. 2003년부터는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 부총장을 맡았다. 2017년 평양에서 나와 캐나다 토론토에 머물던 그는 2018년 포항의 한동대에 특강을 하러온 것을 계기로 귀국해 새 둥지를 틀었다. 평소 활발한 ‘통일 특강’을 하고 있는 그는 “경제적 대도약의 기회 제공”을 통일의 이유로 제시했다. 통일이 되면 국방비 절감을 통한 복지국가로 진입, 북한 지하자원을 이용한 산업부흥을 통한 일자리 극대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울릉도·독도/이용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yyi@hani.co.kr
2020-05-27 한겨레 원문보기
[짬] 한동대 통일한국센터 정진호 교수
남북관계와 국제문제 전문가, 울릉도 시민 등 30여명이 지난 22일 울릉도의 한 리조트 회의실에 모여 앉았다. ‘유라시아 원이스트씨 포럼’ 창립 기념으로 세미나를 시작한 자리였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뱃길 4시간 동안 너울 파도에 시달린 탓에 다소 지친 표정이었지만. 강연과 토론이 이어지자 뱃멀미의 힘든 기억도 잊은 듯 보였다. 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정진호(62) 한동대 통일한국센터 교수는 2박3일 세미나 일정을 마친 24일 “남북 간에 막힌 벽을 허물어야 하는데, 일단 물길을 열어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고 싶다”며 “마중물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해야 할 일이 차고 넘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라시아 원이스트씨 포럼’은 경상북도의 지원으로 진행하던 남북경협포럼을 사단법인 형태로 발전시켜 지난 1일 창립총회를 열었다. 처음엔 동해를 끼고 있는 경북 지역의 특성을 살려 ‘남북이 하나의 동해에서 만나자’는 뜻으로 포럼 이름을 ‘한동해’로 하려고 했단다. 하지만 ‘환동해’와 헷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또한 유라시아 대륙으로 관심을 넓혀야 한다는 뜻에서 공식적인 명칭을 ‘유라시아 원이스트씨 포럼’으로 확정 지었다. 동해를 유라시아 대륙 전체의 바다로 삼아 21세기 문명사의 중심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에서다.
정치색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경북 지역에서 의욕적으로 남북 교류와 협력을 위한 사업에 나서려는 시도는 뜻밖이지만 참신하다. 정 회장은 “지난해 5월 경북도청 관계자가 대학의 내 사무실로 찾아와 ‘남북경협 시대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한테 자문이나 아이디어를 구하고 싶다’며 포럼 창설을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그도 “처음엔 의외였다”면서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중요한 방향이 남북경협을 통해 함께 상생하는 평화적 연대라고 늘 생각했기 때문에 반가운 제안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남북이 연대하고 실크로드나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유라시아 내륙까지 뻗어 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민족의 활로가 생긴다고 본다”며 “그건 당위적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독도와 울릉도의 상징성을 살려 남북 해양 교류 특구를 만들어 원산과 울릉도를 오가는 쌍방향 관광 프로젝트도 시작하고, 어로협정을 맺어 동해안 생태계에 대한 남북 공동연구, 식량 및 공동 방역문제 등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세미나는 김남일 경북도 환동해 지역본부장의 환영사에 이어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이병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윤인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의 강연과 발제 등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24일 독도 방문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정 회장은 특별한 삶의 궤적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 공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 엠아이티(MIT) 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은 뒤 1994년 중국으로 건너갔다. “남북과 전세계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사이에 ‘3자 연대’가 필요하다는 사명감을 깨닫게 되면서” 연변과학기술대 교수로 재직하며 북한의 평양과학기술대 설립에 나섰다. 2003년부터는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 부총장을 맡았다. 2017년 평양에서 나와 캐나다 토론토에 머물던 그는 2018년 포항의 한동대에 특강을 하러온 것을 계기로 귀국해 새 둥지를 틀었다. 평소 활발한 ‘통일 특강’을 하고 있는 그는 “경제적 대도약의 기회 제공”을 통일의 이유로 제시했다. 통일이 되면 국방비 절감을 통한 복지국가로 진입, 북한 지하자원을 이용한 산업부흥을 통한 일자리 극대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울릉도·독도/이용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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