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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ow“부산-일본 지역 교류협력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재단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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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부산에서 열린 2021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라운드 테이블2 `위기의 한일관계, 부산시의 역할은?'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한-일 관계 악화라는 정치적 문제와 별개로 부산-일본 후쿠오카 광역경제권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부산시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연 ‘2021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둘째 날인 18일 오후 ‘위기의 한일관계, 부산시의 역할’ 세션에서 이영활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이렇게 제안했다.


한-일 관계는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노역 배상 등 과거사 문제와 함께 2019년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처 이후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토론자들도 한-일 관계 악화로 몇십년 동안 쌓아온 부산과 일본 사이의 교류협력 관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 “부산-후쿠오카 광역경제권 형성해야"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는 직선거리로 210㎞가량 떨어져 있다. 국경을 넘어 두 도시를 아우르는 초광역경제권 프로젝트는 2008년부터 시작됐다. 두 도시가 동북아 경제벨트의 축이 되자는 목표에 공감한 덕분이다. 이후 두 도시는 경제협력회의를 출범시켜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에 더 집중하자는 것이다. 그는 “두 도시는 관광·서비스·산업·무역 등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자동차·철강·화학 등 산업구조 측면에서도 상호보완적 요소가 있다.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시의 적극적이고 안정적인 정책 발굴과 실행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범 동서대 교수(일본어학과)도 “한-일 관계가 악화되어 부산과 일본 지역 도시 간의 풀뿌리 교류가 중단되고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해 부산-후쿠오카 광역경제권이 만들어지면, 두 나라의 중앙정부 사이의 관계 악화를 견제하는 구실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한·일 해저터널’을 광역경제권 형성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그는 “해저터널은 두 도시의 경제협력을 가속할 수 있는 인프라로 본다. 인적·물적 교류가 확대되면 광역경제권 형성의 마중물 구실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해운·항공 운송 보완성, 정치적 이점 등의 깊이 있는 논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민간 교류협력 활성화 노력해야” 부산과 일본의 대학생 등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 활성화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원범 교수는 “부산권과 후쿠오카권 대학이 체결한 컨소시엄을 활용해 ‘부산-후쿠오카판 에라스뮈스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양쪽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에라스뮈스 프로그램은 유럽 국가 간 조화를 꾀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실시하고 있는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이다.


화상으로 참여한 가쓰무라 마코토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정책과학부)는 “일본 중장년층의 한국에 대한 여론은 악화했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 케이팝, 드라마 등 한국에 대한 인기와 관심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대학에서는 한-일 관계 악화와 관계없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쓰무라 교수는 “젊은 세대는 한국 사회를 더 깊이 알고 싶어 한다. 두 나라의 젊은 세대를 위해 진정으로 양국 상호이해로 이어질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한·일 민간단체가 5년간 노력 끝에 2017년에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에 성공했다. 이런 ‘긍정의 기억’을 널리 홍보해서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간에 대한 믿음이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 될 것” ‘의인 이수현’ 첫 평전 <이수현, 1월의 햇살>을 쓴 장현정 도서출판 호밀밭 대표는 “이수현의 삶은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수렴된다.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한국과 일본도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서로 기댈 수 있다”고 했다.


이수현은 2001년 1월26일 일본 도쿄의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부산시교육청은 같은 해 부산어린이대공원 학생교육문화회관 광장에 이수현 추모비를 세웠고, 2005년 아소 다로 일본 외무대신이 이곳에 들러 참배하고 헌화했다.


장 대표는 “이수현이 공부했던 아카몬카이 일본어 학교에는 이수현 추모 동판과 공원이 만들어졌다. 신오쿠보역 들머리에도 그를 추모하는 동판이 설치됐다. 해마다 1월26일 일본 시민들이 추모식을 열고 있다. 그의 희생정신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여전히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 관계는 사납지만, 이수현이 남긴 ‘인간에 대한 믿음’은 두 나라 곳곳에 여러 모양새로 남아 있다. 이를 바탕으로 두 나라가 지속 가능하고 긍정적인 미래를 함께 그려볼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김태만 국립해양박물관장은 “이번 토론회는 한-일 관계 정상화 과정을 부산에서 먼저 출발해보자는 뜻에서 마련됐다. 부산시가 한-일 관계 정상화에 기틀을 놓을 수 있는 역할을 연구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area/yeongnam/1019916.html#csidxbb3674ad66bc2f8946c712cf8d07f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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