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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대장간가족 마음 담은 돼지저금통…“나눔·봉사 할 일이 많아요”

통일문화재단
202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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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옛말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강추위가 봄을 시샘했다. 살을 에는 날씨만큼이나 남북 상황도 좀처럼 해빙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눈 속을 뚫고 나와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의 전령’ 매화처럼 지난 8일 이현덕(65·사진)씨가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을 찾았다.

이씨는 들고 온 종이가방에서 조심스럽게 4개의 두둑한 돼지저금통을 꺼냈다. 저금통엔 부인(박교삼), 딸(이서영), 아들(이웅재), 며느리(송미란)의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코로나19로 매년 해오던 ‘BaB(밥) 캠페인’ 모금 행사를 못 열게 되자 지난 1년 동안 돼지저금통에 가족들의 마음을 모았다고 한다. 저금통에서 나온 후원금이 21만4340원에 이른다.‘밥 캠페인’은 함경도 어린이들에게 빵과 생필품을 전달해 몸과 마음이 균형 있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캠페인으로, 재단이 매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함께 성금을 모아 함경북도 온성군의 유치원과 탁아소에 전달하고 있다.

이씨는 1996년 국민발기인으로 재단 설립 초기부터 함께했다. 특히 2004년 파주 임진각에서 열렸던 ‘북한 용천 어린이 돕기 1일 굶기 체험’ 모금 행사를 시작으로 저금통 행사와 먹거리 장터 등을 분기별로 열어 재단에 캠페인 성금을 전달했다. 이씨와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경기도 파주·고양 지역 봉사단체 ‘파주사랑시민회’와 청소년 봉사동아리 ‘나누미’는 그가 교직에 재직하면서 인연을 맺은 학부모와 학생, 지역주민으로 구성돼 있다.

2019년 교직에서 은퇴한 뒤 그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30돌을 맞은 파주사랑시민회의 나눔과 봉사 영역을 넓히기 위해 비영리 사단법인 ‘코리아나누미’(코나) 설립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통일을 잇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씨는 대북지원사업 외에도 양로원, 고아원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평생 나눔과 봉사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꼽자면 교육, 봉사와 나눔, 통일인데 통일을 위한 활동이 가장 미미하다. 재단이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든 함께하고 싶다”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할 일이 많다”며 돌아가는 그의 발걸음이 가볍다.

글·사진 김지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간사 onekorea90@naver.com

2021-03-01 한겨레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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