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셜벤처 사업가들이 북한에 직접 들어가 본 뒤 ‘여기 뭐가 필요하구나’ ‘무슨 기업이 만들어지면 좋겠어’라는 생각들을 표현할 기회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다른 접근이 가능했을 것이다.” 도현명(37)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지난달 29일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통일교육협의회가 후원해 서울숲 신촌살롱에서 연 ‘제2회 통일문화살롱’ 행사에서 ‘사회적 경제가 상상하는 대북 협력의 새로운 길’이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기업 총수들만 동행한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도 대표는 네이버 온라인게임 부문에서 근무하다 2010년 소셜벤처의 액셀러레이션(지식 및 경험 중심의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임팩트스퀘어를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북한에 관심이 없었지만 5년 전쯤 국외 사업 파트너에게 전화 한통을 받은 뒤 북한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파트너는 “‘코리아’ 기업들이 왔는데,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도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코리아’는 ‘사우스 코리아’(남한)가 아니라 ‘노스 코리아’(북한)였다. 그는 “이때 북한에도 스타트업이 생기고 있고 외국에서 인큐베이터를 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북한과 수교한 국가의 파트너들에게 북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니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싱가포르에 있는 조선익스체인지는 2010년부터 북한 사람을 대상으로 창업 교육을 시작해 이미 2600명이 교육을 받았고, 그중에 여성이 700명”이라고 덧붙였다. 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스웨덴 순방을 수행하면서 현지 스웨덴 사람이나 한인 2세한테 들은 얘기는 더욱 흥미롭다. 그는 “북한에는 편의점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고, 24시간 동안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며 “야간에도 구매 수요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서도 스마트폰 사용자가 40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와 관련된 창업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며, 만물상(전자상거래 플랫폼), 길동무(내비게이션), 자녀관리 캘린더, 나의길동무(전자책), 앞날(24시간 배송서비스) 등을 예로 들었다.
도 대표는 “창업이 시도되는 분위기에 힘입어 북한 안에서 자생적인 사회적 경제 조직을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며 “한국의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들이 평양에서 북한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캠프를 진행하는 방법도 상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그는 “국내외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 조직이 신재생에너지, 의료 등의 분야에서 지사나 신규 프로젝트 형태로 북한에 진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전기소비량이 적고 설치가 쉬운 북한이 한국보다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15분 만에 말라리아를 진단하는 기기, 농산물 찌꺼기를 연료로 활용하는 바이오매스, 점자교육기기 등도 북한에 진출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의 사례로 꼽았다. 도 대표는 “개성공단이 남북 교류협력의 새 역사를 여는 전환점이었지만, 이제 개성공단을 넘어 좀 더 잠재력이 있는 사업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용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2020-08-03 한겨레 원문보기
“젊은 소셜벤처 사업가들이 북한에 직접 들어가 본 뒤 ‘여기 뭐가 필요하구나’ ‘무슨 기업이 만들어지면 좋겠어’라는 생각들을 표현할 기회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다른 접근이 가능했을 것이다.” 도현명(37)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지난달 29일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통일교육협의회가 후원해 서울숲 신촌살롱에서 연 ‘제2회 통일문화살롱’ 행사에서 ‘사회적 경제가 상상하는 대북 협력의 새로운 길’이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기업 총수들만 동행한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도 대표는 네이버 온라인게임 부문에서 근무하다 2010년 소셜벤처의 액셀러레이션(지식 및 경험 중심의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임팩트스퀘어를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북한에 관심이 없었지만 5년 전쯤 국외 사업 파트너에게 전화 한통을 받은 뒤 북한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파트너는 “‘코리아’ 기업들이 왔는데,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도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코리아’는 ‘사우스 코리아’(남한)가 아니라 ‘노스 코리아’(북한)였다. 그는 “이때 북한에도 스타트업이 생기고 있고 외국에서 인큐베이터를 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북한과 수교한 국가의 파트너들에게 북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니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싱가포르에 있는 조선익스체인지는 2010년부터 북한 사람을 대상으로 창업 교육을 시작해 이미 2600명이 교육을 받았고, 그중에 여성이 700명”이라고 덧붙였다. 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스웨덴 순방을 수행하면서 현지 스웨덴 사람이나 한인 2세한테 들은 얘기는 더욱 흥미롭다. 그는 “북한에는 편의점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고, 24시간 동안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며 “야간에도 구매 수요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서도 스마트폰 사용자가 40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와 관련된 창업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며, 만물상(전자상거래 플랫폼), 길동무(내비게이션), 자녀관리 캘린더, 나의길동무(전자책), 앞날(24시간 배송서비스) 등을 예로 들었다.
도 대표는 “창업이 시도되는 분위기에 힘입어 북한 안에서 자생적인 사회적 경제 조직을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며 “한국의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들이 평양에서 북한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캠프를 진행하는 방법도 상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그는 “국내외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 조직이 신재생에너지, 의료 등의 분야에서 지사나 신규 프로젝트 형태로 북한에 진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전기소비량이 적고 설치가 쉬운 북한이 한국보다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15분 만에 말라리아를 진단하는 기기, 농산물 찌꺼기를 연료로 활용하는 바이오매스, 점자교육기기 등도 북한에 진출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의 사례로 꼽았다. 도 대표는 “개성공단이 남북 교류협력의 새 역사를 여는 전환점이었지만, 이제 개성공단을 넘어 좀 더 잠재력이 있는 사업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용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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