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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ow“북한, 통일에 유보적...‘사실상 투 코리아’ 나아갈 듯”

재단
20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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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잇달아 사용하고 있다. 북한이 공식 담화에서 ‘남조선’이나 ‘남측’이 아닌 정식국호인 ‘대한민국’을 사용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와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의 서면 답변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꾸며봤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출처: 홍민 제공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출처: 홍민 제공

- 북한은 사실상 통일을 접고 ‘투 코리아’ 정책으로 가고 있다고 보는가?


홍민: 김정은 정권은 2019년 이후 ‘국가 대 국가’ 구도로 남북관계를 전환하려고 해왔다. 그해 10월 김 위원장의 금강산관광지구 현지지도에서 이미 남북관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설정됐다고 본다. 그는 과거 남북한 교류협력을 국력이 미약했던 시기에 선대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후 개성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대남부서 폐지 및 축소, <노동신문>의 대남지면 폐지, 한국의 대북 제의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2021년부터는 ‘우리민족끼리’, ‘민족’, ‘통일’이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심지어 제8차 당대회에서 채택된 개정 당규약의 서문에는 ‘통일’ ‘남조선 혁명강화’ 등 대남 관련 부분을 없앴다. 또 2021년부터 전술핵을 강조하기 시작했는데, 같은 민족을 상대로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북한이 기존에 유지해왔던 ‘우리민족끼리’ 및 통일전선 논리와 충돌한다. 이는 2018년 이뤄졌던 남북·북미 합의들이 이행되지 못한 상황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더욱 악화된 정세와 무관하지 않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도 이러한 연속선상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김성경: 김 부부장이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당규약에서 통일에 대해 변화된 입장을 개진한 것과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비난하면서 서로 의식하지 말자고 했던 것도 같은 흐름에 있다고 생각한다. ‘투 코리아’ 방향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통일을 국가 목표와 절대적 이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처: 김성경 제공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처: 김성경 제공

- 국내·남북·국제 상황을 두루 고려할 때, ‘통일지향적인 특수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할까?


김성경: 통일은 한반도 내외의 다양한 문제 해결에 여전히 유효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분단 이래로 남북 모두의 기형적 사회 근간에는 분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일에 이르는 길이 상당히 오래 걸리고 여러 현실적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통일지향적인 특수관계’라는 것에 매달리는 것이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현재 국제 정세나 남한 내 정치 양극화 등을 고려했을 때 ‘보편적 국가관계’로서의 남북관계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해볼 필요가 있다. ‘보편적 관계’로 접근했을 때 오히려 남북 사이의 특수성이 중요해지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홍민: ‘통일지향적 특수관계’와 ‘국가 대 국가의 관계’는 선택의 문제로 보기 힘들다.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하되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선 사실상의 ‘국가 대 국가’ 구도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통일지향성에 맞는 ‘과정적 평화’에 대한 보다 세심한 설계와 관리에 있다. ‘통일지향적 특수관계’라고 하면서 내용적으로는 힘에 의한 압도에 매몰될 경우, ‘과정적 평화’가 부재한 채 통일지향성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 ‘과정적 평화’를 통해 적대적 관계를 우호적 관계로 변화시키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통일이라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투 코리아로의 방향 전환은 남북 대화의 의제가 될 수 있을까?


홍민: 대화 의제가 되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투 코리아 전환을 공식화해야만 하는데 불가능에 가깝다. 분단 이후 남북은 ‘통일지향성’을 체제 정당성 차원에서 규정해 왔다. 이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양체제 모두 정치적 합리화를 위한 내적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로부터 파생되는 갈등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공식적인 투 코리아’가 아니라 ‘사실상의 투 코리아’로 갈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의 투 코리아’에는 두 가지 양상이 있다. 하나는 지금과 같이 군사안보적 대치와 적대성에 기초한 현상유지 속에서 ‘통일지향’의 원칙만 있고 사실상 누구도 통일을 기대하지 않는 양상이다. 다른 하나는 한반도의 모든 구성원들이 평화롭게 살 권리 차원에서 가능한 것부터 상호 위협 감소에 주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 대 국가’ 차원의 군비통제 접근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김성경: 남북이 풀어내야만 하는 의제 중에서 남북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많이 있다. 남북 사이의 기후환경이나 전염병 등의 문제를 ‘정치화’하지 않고 실질적인 개선을 목적으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정권에 따라 ‘특수관계’를 앞세워 극도로 정치화된 북한 인권문제도 국제사회에 준하는 정도에서 남한이 목소리를 냄으로써 북한 주민 인권의 실질적인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유념할 점은 남한이 통일하겠다고 할수록 북한은 그것을 위협으로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남북이 상당 기간 공존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에서 ‘보편적 관계’라도 만들어 평화공존부터 시작해야 한다.


- 특수관계에서 일반관계로의 전환 모색은 남남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홍민: 국가 대 국가의 외교적 대상이 된다고 해도 남남갈등 자체가 당장 사라지긴 어렵다. 민족에서 인접한 적대적 국가라는 형식의 변화만으로 북한이라는 적대적 타자성, 역사성, 혈연적 상상을 벗어내긴 어려울 것이다. 국가 대 국가의 형식만이 아닌 내용적으로 관계의 우호성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북한은 끊임없이 외교적·군사적 갈등의 소재이자 ‘친북’과 ‘반북’의 이분법적 대상으로 남게 될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인구사회학적 세대 변화, 국가 대 국가라는 외교적 대상화와 일정한 공존적 평화가 정착된다면 남남갈등의 구도도 많은 부분 희석될 가능성은 있다.


김성경: 북한이라는 타자를 활용한 남한 정치 세력의 정쟁화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과의 관계 전환이 냉전으로 구축된 정치 지형의 민낯을 드러내고, 노동·경제양극화·복지·지역소멸·환경·젠더 등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의제를 부상하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어쩌면 시민들의 의식과 삶은 이미 북한을 주요 변수로 고려하고 있지 않은데, 정치 세력만이 극단화된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 북한 이슈를 활용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현실과 이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통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 적극 대응하면서도 한반도 문제의 궁극적인 지향으로서의 통일이라는 가치를 부여잡고 갈 수 있는 기예가 필요하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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