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한겨레+


한반도 Now[정욱식 칼럼] 한·미 대 북,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면

재단
2023-02-27
조회수 404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 8기6차 전원회의 폐회일인 지난해 12월31일 치러진 “600mm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에서 “군수노동계급의 해당 연합기업소에서 우리 군대가 제일로 기다리는 주력타격무장인 600mm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우리 당에 증정했다”며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우리 무력의 핵심적인 공격형 무기”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 8기6차 전원회의 폐회일인 지난해 12월31일 치러진 “600mm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에서 “군수노동계급의 해당 연합기업소에서 우리 군대가 제일로 기다리는 주력타격무장인 600mm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우리 당에 증정했다”며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우리 무력의 핵심적인 공격형 무기”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의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아사자가 속출할 정도로 식량난과 경제난이 심각하다는데, 툭하면 각종 미사일을 쏘아대니 그럴 법도 하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매달릴수록 경제난의 중대 원인인 제재는 강화될 수밖에 없는데, 왜 갈수록 삐뚤어지느냐는 질책도 쏟아진다. 북한의 의도가 대미 압박을 높여 제재 완화와 경제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데에 있지만, 미국이 먼저 양보하고 나올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러한 진단이 확대재생산 되면서 김정은 정권을 악마화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2월 18일 “북한 내 심각한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주민의 인권과 민생을 도외시하며 대규모 열병식과 핵·미사일 개발에만 매달리고 있음을 개탄했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기류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발표 2〜3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북한의 식량난이 아사자가 속출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었다. 이해하기 힘든 엇박자이지만, 그만큼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책을 정당화하고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느낌을 불러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과 미국을 이해할 수 없다며 푸념을 늘어놓은 적도 있다. 그가 2019년 8월 5일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서다. 본인은 “한국을 공격하거나 전쟁을 시작할 의도가” 없는데, 왜 약속까지 어기면서 한미연합훈련을 하느냐고 썼다. 본인은 물론이고 인민들도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미가 골칫거리로 인식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미국과 한국의 군사적 행동들”이라며, “이러한 요인들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이전과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담겼다.


이처럼 한미동맹과 북한은 이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상대방의 언행을 이해하려면 자신의 언행부터 살펴보면 된다. 한미동맹이 연합훈련과 같은 대북 군사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증강과 공세적인 핵정책의 채택에 있다. 북한이 도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역시 한미, 혹은 한미일의 군비증강과 군사훈련 강화에 있다.


또 한미일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매달릴수록 북한의 안보 불안도 심화될 것이라고 충고한다. 북한도 한미일이 군비증강과 군사훈련에 매달릴수록 안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이 살 수 없을 것처럼 적대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말과 행동이 갈수록 닮아가고 있는 셈이다.


전쟁 위기까지 머금고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정세의 반전을 도모하려면 이러한 ‘불편한 진실’부터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위험한 군사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나부터 자제하는 데에 있다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한미동맹과 북한은 이구동성으로 자신의 군사력이 역대 최강이라고 자신한다. 동시에 한국전쟁 이래 안보가 가장 불안해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해하기 힘든가? 그럼 역지사지를 해보면 어떨까?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l.com


원문보기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