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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ow“북 식량생산 차질있지만, 아사자 속출할 정도는 아니다”

재단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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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월 27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통일은 갑자기 찾아오겠죠”라며, “통일은 더 나은 쪽으로 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남한이 북한보다 훨씬 잘 살고 있는 만큼, 이 발언은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야기했다. 그러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사흘 후에 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흡수통일이 아니라 평화통일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저희 판단에 북한의 내부적 경제적 모순은 크다”며, “북한 주민 입장에서 먹을 것과 입을 것, 살 곳이 부족하게 된다면 동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 이후 북한의 식량난이 아사자가 나올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2월 1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5’형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 뒤 “참석자들은 북한 내 심각한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주민의 인권과 민생을 도외시하며 대규모 열병식과 핵·미사일 개발에만 매달리고 있음을 개탄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북한의 식량난이 “아사자가 속출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던 통일부도 “최근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심각한 식량난”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 사정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반도 평화포럼(이사장: 김연철 인제대 교수)은 3월 23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창비서교빌딩에서 이 문제와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영훈 한반도평화포럼 상임위원이 사회를,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과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기획부장이 발표를, 김관호 한국농어촌공사 부장과 최용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토론을 맡았다.


북한 식량 문제를 지속적이고 심층적으로 연구해온 김일한 연구위원은 성과를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지만 북한 정권이 지난 20년 동안 식량증산을 꾸준히 추구해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한국의 농촌진흥청과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추정치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들 기관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생산은 2000년 대비 2022년에 각각 25%와 40%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FAO의 추정치에도 허점이 있다. 김 연구위원은 에프에이오가 2016년부터는 개인텃밭에서의 생산량을, 2018년 이후에는 경사지에서의 생산량을 추정치에서 제외했다며, 이는 북한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은 개인텃밭과 경사지에서의 생산도 독려하고 있는데 이를 제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에프에이오는 수확 후 손실량을 2016년에 약 75만톤으로 계산했다가 2021년에는 약 100만톤으로 올려잡았다. 이와 관련해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영농기계화, 운반능력, 도정 및 보관 시설 개선을 꾸준히 추구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손실분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아사자가 속출할 정도로 북한의 식량난이 악화되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작년에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취약 계층 사이에서 일부 아사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영농 활동의 지장, 지역별 이동성 저하, 중앙정부의 시장 개입과 통제 등이 맞물려 식량 생산 및 유통 흐름에 차질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농촌진흥청은 작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을 451만톤으로 추정하면서 전년도보다 약 3%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 당국은 식량 증산 및 자급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에 농촌발전 10개년 계획을 수립했고 올해 경제정책의 “12가지 고지” 가운데 알곡·질소비료·수산물 등 먹거리 문제를 포함시켰다. 또 2월말에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농업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고 재정 지출 계획에서 농촌발전 부문을 전년도보다 14.7% 증액키로 했다. 하지만 북한이 자체적으로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북한이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위험 요인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최지영 연구기획부장은 기후위기를 핵심적인 위험 요인으로 뽑았다. 남한보다 북한이 기후변화에 더욱 취약하다고 지적하면서 기후위기가 심화되면 “농업 부문의 비중이 높은 북한의 특성상 식량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 당국도 이를 직시하면서 “재해성 이상기후”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고 있으나 “기상이변에 따른 농업피해는 더 빈번해지고 있다”고도 밝혔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식량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추가로 고려해야 할 점이 또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북한은 2021년 7월에 ‘자발적 국가 검토보고서(VNR)’를 유엔에 제출했는데, 2016∼2020년 식량 생산량이 농촌진흥청이나 에프에이오의 추정치보다 연평균 약 100만톤이 더 많은 것으로 나와 있다. 또 북한이 먹거리의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곡물 생산량 위주로만 식량 사정을 평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북한이 자체적으로 화학비료 생산을 늘리고 유기농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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