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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ow남녘사람들, 연천서 두루미도 보고 한탄강 주상절리길도 걷고

재단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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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엠제트(DMZ)는 제가 가본 한반도 최북단으로 아주 특별한 여행이 되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디엠제트를 넘어 금강산과 백두산도 가보고 싶습니다.”


경남 거창에 사는 오혜영(57)씨는 지난 24~25일 경기도 연천 일원에서 열린 ‘제1회 연천 디엠제트 두루미 생태평화탐사’에 참여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함께 온 중학생 아들 주상(15) 군은 “엄마와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평화네트워크, 연천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가 공동 주최한 디엠제트 두루미 탐사에는 오씨 모자 외에도 전남 해남 땅끝마을과 경북 영천 등 전국 각지에서 온 탐방객과 중국인 유학생 등 25명이 참여했다. 거주 지역만큼이나 연령대도 1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사람이 살지 않는 분단의 현장에서 자연 스스로 생태 다양성을 복원한 ‘역설의 땅’ 비무장지대 일원을 함께 걸으며 한반도 평화를 염원했다.


이번 탐방은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8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태풍전망대를 시작으로 민통선 마을인 횡산리와 임진강 평화습지원, 삼곶리, 한탄강 주상절리길, 재인폭포, 고랑포구, 경순왕릉, 호로고루성 등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역사문화유적지를 차례로 둘러보는 내용으로 짜였다. 탐방객 중 최고령인 김일환(83)씨는 태풍전망대에서 “60년 전 군대생활을 했던 전방에 다시 와보니 감개가 무량하다”며 “내친 김에 서해 백령도에서 동해 고성까지 남북 접경지대를 모두 둘러보고 싶다”고 했다.


이들의 최대 관심은 두루미 탐사였다. 순천만에 흑두루미가 평년의 3배가량인 9000여 마리가 몰려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24일, 임진강 망제여울에는 두루미 20여마리와 재두루미 20여마리가 한적하게 먹이를 먹고 있었다. 연천 임진강 일원은 지난해 두루미류 1100여 마리가 찾은 주요 두루미 서식지로 지난 5월 천연기념물 569호로 지정됐다. 특히 망제여울은 북에서 내려오는 강줄기가 굽이쳐 흐르는 여울로 두루미류가 먹이터와 잠자리터로 즐겨 이용하고 있다.


두루미류가 강을 가득 수놓을 것으로 기대했던 탐방객들이 실망의 빛을 보이자, 현장을 안내한 김경도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 전문위원은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아직 두루미가 많이 오지 않았다. 두루미를 많이 보고 싶으면 12~1월에 다시 방문해달라”고 했다. 이 단체 최성욱 사무국장은 “망제여울에서 교란이 수시로 발생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만큼 두루미류 보존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기후 위기 등에 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키워드로 풀어본 한반도 정세’라는 특별강연에서 “북한은 2020년부터 안보는 핵으로, 경제는 자력갱생으로, 외교는 중국과 러시아 중심으로 삼겠다는 중대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북한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이어 “기후변화의 취약 지역인 한반도가 세계에서 가장 격렬한 군사 행동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화염을 내뿜으며 날아오르는 미사일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낄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천/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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