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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ow“남 첨단기술·북 청정농토로 지속가능한 농업 이루는 꿈 간절”

재단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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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통일문화상 김필주 회장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먼저 선생님께서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해방되기 전에 함경도에서 태어나서 분단 직후에 한탄강 철교를 넘어 월남한 세대입니다. 그런데 서울에 정착하기도 전에 6·25 전쟁이 터져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고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때 부모님들의 눈물 어린 노고를 잊을 수 없습니다. 배고픈 피난 시절 농촌의 참담한 삶에 눈을 뜬 13살 소녀는 농촌을 돕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농대를 졸업하고 농촌지도원이 되었으나 가난한 나라의 공무원은 비참한 농민 생활을 도와줄 특별한 기술도 없고, 씨앗 한톨, 비료 한줌, 아무것도 지원할 수가 없었습니다. 처절한 현실을 실감하면서 좀 더 배워야겠다는 일념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2년 정도 유학을 생각했었는데, 60여년이 지나서야 돌아오게 되었군요.”


―선생님께서는 1980년대부터 100여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농업 문제 해결에 힘쓰셨는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후 잡은 직업이 옥수수 종자 생산기술보급 책임이었어요. 그래서 개발도상국과 사회주의 국가를 왕래하면서 자연히 북한과도 인연을 맺게 되었지요. 13살 소녀의 꿈을 실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시작한 북한 방문으로 겨레의 아픔을 보았고 그 연민의 정은 32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들과 협력하게 하였습니다.”


―숱하게 북한을 방문하면서 경험한 북한과 북한 사람은 어땠나요?

“북한에도 우리와 똑같이 생긴 우리 민족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가야 할 형제자매들입니다. 저는 북한에서 농민들과 같이 농사도 지어보고 대학에서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북쪽의 청년들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남쪽의 청년들과 같이 총명하고 겸손하며 예의 바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그리고 스웨덴의 웁살라 등 세계적인 대학에 유학하여 겸손과 성실함 속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여주어 석학들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제가 체험한 우리 민족의 동질성을 실감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분단국가의 설움과 안타까움도 금할 길이 없습니다.”


―13살 소녀의 꿈은 이뤄진 것인가요?

“저는 소녀 시절부터 항상 한반도의 식량 생산에 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최근에도 기상관측 이후 115년 만에 처음이라는 폭우를 겪으며 제가 항상 염려하던 기후변화에 대비한 식량 수급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남쪽의 농자재와 첨단 농업기술이 북쪽의 청정 농토와 농민을 만나 합심하여 지속가능한 순환 농업을 이뤄냈으면 하는 꿈은 기후위기 시대에 더 간절합니다.”


―끝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평화는 입으로만 부르짖는다고 오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우리 마음에 평화가 있어야 합니다. 분단의 아픔이 가져온 갈등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신뢰하는 문화가 우선되어야 평화도 통일도 이룰 수 있습니다. 남한 5천만, 북한 2500만, 국외 동포 800만을 합하면 8천만이 훨씬 넘습니다. 지구촌을 놀라게 한 ‘한강의 기적’을 넘어 ‘대동강의 기적’을 만들어 인구 1억이 넘는 평화통일의 전당을 만드는 꿈을 가져보기를 소망합니다. 이를 위하여 화해와 신뢰, 나눔과 배려의 정서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며 다양한 교류협력을 통하여 점진적 신뢰를 구축해 평화공존의 길을 모색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민간단체와 외국 엔지오(NGO)들의 협력 활동은 남북 간의 소통과 신뢰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wooksik@gmail.com 


원문보기: “남 첨단기술·북 청정농토로 지속가능한 농업 이루는 꿈 간절” : 국방·북한 : 정치 : 뉴스 : 한겨레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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