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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사진과 시] 지리산 앞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지리산 기행 2회차 후기)

재단
2023-05-03
조회수 751


지리산 앞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지리산에 봄이 오면 곳곳은

꽃피는 소리에 요란스럽고

지리산을 감아 흐르는 섬진강에는

바다로 나갔던 황어가 매화꽃 따라

새로운 생명을 산란하기 위해

섬진강을 힘차게 거슬러 오르는데

 

그해 시월

평화롭고 고요했던 지리산 골짜기마다

이념의 늪에 빠져 피의 능선을 넘지 못한

쫓는 자와 쫓기는 자는

사람의 문턱을 넘어 사람 밖으로 사라졌다

 

사계절은 모두 비명에 잘려 나가고

진달래 피는 봄 사월 문수골 깊은 골에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진달래의 붉은 꽃잎 얼굴이 붉어지도록 따먹고

죽은 자의 입술에 묻은 밥알까지 거둬 먹다가

 

뼛골까지 시린 문수골 찬바람과 안개 속에

상고대 핀 진달래꽃은 차마 먹지 못하고

소복 입은 진달래 앞에

울고 있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산짐승 되어 목숨까지 버리고

이념이란 돌덩이를 품고 부화를 기다렸던

다시 못 온 당신은 누구입니까

 

죽은 그들의

무덤 위에 내린 눈은 모두 백설이기에

두 눈을 감아 버린 산,

뜨거운 함성을 태워 침묵하는

어머니 품 같은 지리산은

 

새로운 생명을 품은 황어의 회귀를 바라보며

또 하나의 계절,

사랑과 평화의 계절이 흐르고 있다

 

10.19 여순항쟁에 희생된 영혼 들게 이 시를 받칩니다.

 

서춘성 (지리산 10.19 생명평화기행 2회차 참가자)

약력 | 순천 출생. 월간『문학세계』 『창작산맥』 등단으로 작품 활동 국가공무원 퇴직.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창작산맥 문인회 정회원. 시집 《슬픔은 날개로부터》 문학세계 시부분 본상 수상. 창작산맥 시부분 최우수 작품상 수상. 동인지 “하늘비 산방”. 사화집 “한국을 빛낸 문인”. 아버지의 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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