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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북방정책’ 하세월…멀어져가는 ‘한반도 경제공동체’ 2017/03/16 17:15:01
관리자   Hit : 2003 , Vote :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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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국·러시아 세 나라가 맞대고 있는 국경지역을 중국 지린성 훈춘시 팡촨(방천) 용호석각에서 바라본 모습. 중국의 ‘신동북진흥정책’과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이 맞물려 북중러 접경지역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하루빨리 이 지역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면서 ‘신북방뉴딜’을 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훈춘/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금지 조처에 이르는 등 갈수록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의 장래에 대한 고민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드 보복’ 못지않게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중국 경제의 빠른 성장과 변화다. 한 예로 중국이 자국 제품을 사용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홍색공급망’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중간재 중심의 중국 수출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 경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조처다. 실제로 중국은 중간재 수입 비중을 2000년 63.9%에서 2016년 53.4%로 줄였다. 중국의 홍색공급망 정책은 중국 경제의 경쟁력이 한국 중간재 제품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아져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중국의 지역정책에서는 특히 동북3성 정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곳은 한국의 북방정책과 관련이 깊은 지역일 뿐 아니라, 남북경제공동체나 북-중 경제협력 등 한국 경제의 장기 비전과도 밀접하게 관련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겨레평화연구소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함께 중국 동북3성 지역 및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현황을 살펴보는 공동기획을 하게 된 이유다.

중국 동북3성과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산업과 물류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신동북진흥정책’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늦어질수록 북방정책의 효과가 떨어짐은 물론, 남북통일의 가장 큰 효과로 기대되는 ‘한반도 경제공동체 형성’ 가능성까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시진핑 정부의 ‘신동북진흥정책’은 지난해 구체화했다. 출발은 지난해 4월 국무원이 공개한 ‘동북지방 노후공업기지 전면 진흥에 관한 의견’(이하 의견)이다. 박성준 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그 배경에 대해 “동북3성의 경제성장률이 전망과 달리 2012년을 정점으로 계속 낮아지고 2016년에는 랴오닝성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게 된 점”을 꼽았다. 한달 뒤인 같은 해 5월10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국가발개위)는 동북3성 지역에서 향후 3년간 인프라, 수리시설 등을 비롯한 중대 프로젝트 130여개에 총 232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안은 지난해 10월 국무원에서 다시 ‘신동북진흥전략 실시 심화 및 동북지방 경제발전을 위한 의견’으로 공식화하면서 본격 시행되기 시작했다. 핵심 열쇳말(키워드)은 대외개방 확대와 일대일로 건설이며, 특히 중-몽-러 경제회랑과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강조하는 대외개방 확대는 동북3성의 특성상 러시아와 북한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8일 해양수산개발원이 주최한 ‘북방경제 및 물류분야 다자간 협력 국제 전문가 세미나’에 참석한 백준기 한신대 교수는 마침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 3기 체제가 시작된 2012년부터 ‘신동방정책’을 강조하면서 극동지역 발전을 국가의 최우선 전략의 하나로 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은 2012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펙(APEC) 정상회의에서 구체화했다. 이어 2014년 12월에 경제특구와 비슷한 형태인 선도개발구역 지정을 위한 법률을 정비하고, 2015년 7월에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자유항’으로 만드는 법령도 채택했다. 또 2015년 9월에는 극동 개발을 위한 대규모 포럼인 ‘동방경제포럼’을 푸틴 대통령 주도로 발족시켰다. 백 교수는 “이전의 동방정책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균형을 시도하는 ‘기능적 균형전략’”인 데 비해, 신동방정책은 “정치, 안보 및 경제적 측면에서 아시아, 특히 아태 지역에 전략적 최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정책자원을 집중하겠다는 ‘포괄적 집중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자본이 러시아로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중국 자본의 러시아 투자가 크게 늘었다. 박 전문연구원은 “2016년 말 중국이 러시아 극동지역에 향후 2년간 160억달러(약 18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전한다.



중국은 북한에도 투자의 손짓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4월2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무위원회 결정으로 지정된 무봉국제관광특구가 대표 사례다. 김석주 연변대 동북아연구원장은 “이 특구가 중국 지린성 허룽시가 북한 쪽에 제안해 특구로 지정된 경우”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북한이 자체 지정한 특구와 개발구들에서는 현재 큰 변화의 움직임이 없지만, 무봉특구에서는 2015년 7월부터 백두산 및 삼지연 관광이 시작됐다. 또 2016년 7월에는 “현재 특구에 전력 공사가 끝났으며, 조만간 도로, 통신 등 인프라 건설이 완료될 전망”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더욱이 중국 <경제일보>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도 지난 2월9일 국가발개위 산하 동북노후공업기지진흥사 창슈쩌 부주임이 “동북3성이 발전하려면 북한 등과의 경제통로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중국의 동북3성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러시아 및 북한과의 연대가 성숙해지면 한국이 지난 20년 이상 추진해왔던 북방정책의 효과가 크게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의 신동북진흥정책이 물류와 제조업 혁신을 함께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문연구원은 “신동북진흥정책이, 제조업에서도 세계 최고급의 기술력을 갖추자는 ‘중국제조 2025’와 동시 추진되면 이 지역의 기술력이 한국과의 격차를 크게 줄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대 교수 26명이 한국 산업을 진단한 <축적의 시간>(지식노마드 펴냄)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도 길게 잡아도 7~8년 안에 중국에 추격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은 한반도 경제공동체 구상이 되돌릴 수 없이 상처를 받는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북한을 한반도경제공동체에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봐온 것은 한국 경제의 기술력이 북한은 물론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이 전제가 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기술력이 한국과 같아지거나 한국을 앞설 경우, 이 구도는 송두리째 무너진다. 이 경우 북한은 남한보다는 중국과 경제공동체를 이루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통일은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원동욱 동아대 국제학부 교수는 “아직까지는 기회가 남아 있다”고 말한다. “현재 러시아가 ‘중국만이 러시아 투자를 독점할 경우, 러시아가 중국의 원료공급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 극동·연해주 지역의 인구는 620만명에 불과한데, 중국 동북3성은 1억2000만에 이른다.

하지만 시간이 마냥 한국을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자칫 한국이 지금과 같이 무방비 상태에 있게 될 경우 북방정책을 다시 활성화시킬 적기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사드 배치 등에 따른 갈등이 더욱 심화된다면 중국이 의도적으로 한국 등이 북방정책을 펼치는 데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박 전문연구원은 “우선은 동북3성과 연해주 지역에 대한 연구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이 투자를 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 동북3성의 제조업 변화는 어떤지에 대한 정밀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원 교수는 “어찌 보면 아직 단층과 공백이 있는 이 시기가 ‘신북방뉴딜’이라는 이름의 신북방정책을 펼 기회”라고 강조한다. 원 교수는 ‘신북방뉴딜’의 핵심을 “한반도와 동북3성, 극동 연해주 지역을 통과하는 동북아경제회랑을 한국 주도로 만들고 이를 중국-몽골-러시아로 향하는 회랑과 연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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