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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은 작은집 같았는데, 베트남은 섬처럼 낯설어” 2017/02/09 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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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물산 김철영 대표

북쪽 노동자들 처음엔 서먹서먹
마음 열리면서 생산성도 높아져
그리운 얼굴 모두 다시 만났으면…

“개성공단 노동자를 보면 ‘울컥’하는 동포애가 느껴집니다.”

지난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 뒤 현재 베트남에서 대체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철영 성화물산 대표는 개성공단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2007년 성화물산이 개성공단에서 첫 가동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현재와 같은 동포애를 느꼈던 것은 아니다. 그가 느끼는 동포애는 지난 10년 가까이 같은 말을 쓰는 북한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결과다.

성화물산은 지난해 기준 연매출 700억원대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의 양말 회사다. 30년 전 방직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김 대표가 새로운 분야인 양말 업종에 도전한 뒤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수성가를 한 것이다. 개성공단뿐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에서도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 공장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처 탓에 원래 계획보다 크게 확장해서 2016년에 준공했다.

김 대표는 2005년 개성공단 본단지 모집에 응할 때 “중국 노동자보다는 같은 동포가 낫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만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7년 1월 공장 가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북한 노동자들과의 관계는 데면데면한 것이었다. “서로 너무 거리감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인사도 안 하는 상황이었어요.” 아마도 갈라져 생활한 기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라고 김 대표는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북한 노동자들이 웃으면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같은 말을 쓰기 때문에 나타난 변화라고 김 대표는 생각한다. “서로가 말 속에 감정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김 사장은 간식거리를 비롯해서 공장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애정이 한마디의 대화 속에서도 조금씩 전달된 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열리면서 생산성도 높아졌다. “같은 언어로 의사 전달을 하니까, 제품에 대한 설명을 정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생산품의 질도 외국의 어느 공장보다 좋아졌다.

김 대표가 개성공단의 입주업체 하나하나가 “남북을 잇는 실핏줄들”이라고 느낀 것도 이런 변화를 경험하고부터다. 개성공단이 통일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새 정권이 의지 갖고 개성공단 열어야”

김 대표는 현재 운영중인 베트남 공장을 방문할 때면 “언제나 섬에 가는 것 같은 낯섦이 느껴진다”고 한다. 반면 개성 공장은 “작은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떤 때는 “열심히 일하다보면 여기가 남한인지 북한인지 모를 때조차 있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지금도 북쪽 노동자들이 잘 지내고 있을지 얼굴을 한명한명 떠올려보곤 한다. 개성공단 문이 다시 열리면 그리운 그 얼굴들을 한명도 빼지 않고 모두 다시 보고 싶다는 게 김 대표의 꿈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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