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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간 개성공단 기업들의 ‘생존싸움 1년’ 2017/02/09 18:08:01
관리자   Hit : 848 , Vote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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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개 기업중 28개가 베트남 이전
생산 못해 거래처 완전히 끊기면
개성공단 재가동돼도 돌아갈 수 없어

베트남은 경영권 보장 등 장점에도
생산성·물류 등 개성에 크게 뒤져

현지 공장, 중국 기계·원단에 의존
우리 민족에 기여도 낮아 가슴 아파

개성공단이 160여일 만에 재가동된 2013년 9월17일 북한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 에스케이(SK)어패럴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전면중단 이후 재가동이 늦어지면서 많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베트남에 대체 생산기지를 갖추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개성공단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장은 베트남에 있지만 마음은 개성에 가 있습니다.”

1년 전 개성공단 전면중단 통보를 받고 생산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긴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의 공통된 얘기다. 2016년 설 연휴 마지막날인 2월10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느닷없는 통보로 개성공단은 기약 없는 가동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너무나 갑작스런 통보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원부자재 하나 챙겨 나올 수 없었다. 더욱이 입주업체들은 약속한 주문 생산량(오더)을 채우기 위해 대체 생산지를 찾는 ‘전쟁’을 치러야 했다.

대체 생산지의 대표적인 곳은 바로 베트남이다.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 123곳 중 28곳이 베트남에 대체 공장을 운용 중이다. 그 외에 해외 대체 공장은 인도네시아 2곳, 중국 2곳, 필리핀 1곳에 불과하다. 베트남 대체 공장 중 18곳은 개성공단 전면중단 뒤 새로 공장을 연 곳이고, 15곳은 기존에 있던 공장을 확장한 곳이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왜 베트남에 간 것일까? 베트남은 개성공단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일까? 개성공단 전면중단 1년을 맞아 베트남에 간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갑작스런 전면중단과 극심한 혼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지난해 공단 전면중단 조처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발표돼 원부자재를 거의 가지고 나오지 못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고 말한다. 이는 2013년 개성공단이 일시중지됐을 때 북한 쪽이 공단 중단 일시를 예고해 혼란을 줄일 수 있었던 것과 대비된다. 입주기업들은 특히 이런 갑작스런 중단으로 오더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개성공단에서 양말 등을 생산해온 김철영 성화물산 대표는 “갑자기 닫아버린 탓에 납기 못 지킨 것을 생산하느라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지 공장을 급히 섭외해 원부자재를 다시 보내서 오더 물량을 만들어줘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이런 갑작스런 대체 생산에는 당연히 “추가 비용이 상당히 들어갔다”.

■ 오더를 지키기 위해 결국 베트남으로  개성공단 정상화가 요원해 보이는 상황에서 오더를 소화할 대체 공장은 필수였다. 만일 생산을 못해 오더가 끊긴다면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어도 물량이 없어 가동을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서 의류를 생산했던 옥성석 나인모드 대표는 지난해 3월 중순부터 한달 동안 하노이, 호찌민 전역을 현지 실사하면서 쓸 만한 공장을 찾았다. 결국 하노이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기존 봉제공장을 인수했다. 새로 공장을 짓는 것보다 빨리 공장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옥 대표는 몇 개월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해 6월에 공장을 열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공장을 가동한 것이다.

성화물산 김 대표는 이미 건축하던 베트남 공장을 확대한 경우다. 2015년 12월부터 베트남에 건물 두 동을 짓기 시작했는데, 개성공단 전면중단 사태를 맞으면서 건물 한 동을 더 짓기로 결정한 것이다. 개성에서 바지를 생산하던 전기경 드림에프 대표는 대출 등을 일으켜 1300평 규모의 개성 공장을 2015년 12월 완공했다. 하지만, 불과 한달 반 정도만 가동한 상태에서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춰 베트남에서 황급히 대체 공장을 찾은 경우다. 전 대표는 하노이에서 4시간 떨어진 타인호아성에 새로 공장을 짓고 지난해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내의 및 잠옷 등을 생산하는 영이너폼의 이종덕 대표도 전면중단 2개월 뒤인 4월에 베트남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뒤에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면 이중투자가 돼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우선은 오더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을 필요가 더 컸기 때문이다.


■ 개성공단과 베트남 공장의 경쟁력  베트남에 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베트남은 봉제 가공처로 나쁜 환경은 아니”라면서도 “개성공단만은 못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성공단의 장점이 베트남에 가서 더욱 또렷이 느껴진단다.

임금 차이는 사실 생각보다 크지 않다. 성화물산의 경우 1인당 들어가는 임금성 비용은 개성공단의 270달러보다 높은 340달러다. 개성공단에서는 기본급은 70달러대에 불과하지만 “노동보호물자, 휴지, 비누 등이 들어가는 것까지 고려할 때 260~300달러에 이르게 된다”(영이너폼 이 대표)는 것이다. 더욱이 노동자의 채용과 해고, 배치 등에서 경영권이 충분히 보장된다는 것도 베트남의 강점이다. 개성공단에서는 기업들이 채용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다. 노동자는 북한 당국이 공급해주는 대로 따라야 했다. 더욱이 개성공단 제품은 남한 시장에만 공급할 수 있었던 내수용인 데 반해, 베트남 생산 제품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출을할 수 있는 수출품이라는 점도 베트남 공장의 장점이다.

그럼에도 베트남은 개성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게 입주기업 대표들의 의견이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은 베트남에 비해 생산성이 높다. 무엇보다 개성공단 노동자들이 “근면하고 성실하며, 책임감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생산성은 개성 기준 70~80%다.”(나인모드 옥 대표)
개성공단은 물류에서도 강점이 있다. 성화물산 김 대표는 “베트남의 경우 원부자재를 보내고 완성품을 받는 물류 시간이 15일 정도 걸린다. 하지만 개성에는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다”고 말한다. 더욱이 베트남의 경우 “컨테이너 하나에 들어가는 물류비만 해도 1400달러에 이른다.”(영이너폼 이 대표)

이렇게 물류 시간이 거의 들지 않고 다양한 원부자재를 빠르게 소량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개성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물품을 소량 생산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진다. 소량의 제품을 적절한 때에 맞춰 만들어 팔면 부가가치는 그만큼 높아진다. 베트남에서는 꿈꾸기 어려운 일이다.

생산된 제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것도 개성공단의 큰 장점 중 하나다. ‘메이드 인 베트남’과 비교할 때 시장가치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바이어들이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 가격을 베트남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높게 매기는 것도 개성공단의 강점이다.

■ 민족공영의 미래를 꿈꾼다면…  그러나 베트남의 경우 생산품 단가가 낮은 것은 물량을 추가로 생산해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고 한다. 베트남에 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진짜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베트남 공장 이전으로 우리 민족 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급격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나인모드의 옥 대표는 “개성에선 기계와 원단이 모두 한국에서 간 것이었다”고 말한다. “한국 제품이 개성에 갈 경우 물류비가 적고 관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거의 전부 중국 기계와 중국 원단으로 생산할 수밖에 없다. 한국산은 관세와 물류비를 고려할 때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개성에서 생산하면 개성공단 입주기업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에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까지 돈을 벌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북한 노동자도 좀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 하지만 베트남 공장에서는 생산량을 늘려도 결국 “베트남과 중국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것”이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 볼 때도 베트남 공장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영이너폼의 이 대표는 현재 베트남 공장을 5년 임대 방식으로 계약했다. 베트남의 현 상황으로 볼 때 “베트남의 섬유·봉제산업도 이제 끝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 이후에는 베트남에서 봉제업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이 대표는 내다본다. 이 대표는 그 이전에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 것을 기대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을 다시 재가동할 수 있는 오더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멀리 베트남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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