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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의 아름다움 ‘다음세대’에게도 보여줘야죠” 2017/02/09 1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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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윤주옥 사무처장이 지리산 설경 앞에 섰다. 사진 국시모 제공

“지정 50돌을 맞는 올해 국립공원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윤주옥(50)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국시모)’의 ‘국립공원 50년 실행위원장’은 올해가 ‘미래의 국립공원’을 위해 다시 지혜를 모아야 할 새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윤 위원장은 1967년 12월 27일 지리산이 첫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장터목이나 뱀사골 등에서 전기톱으로 아름드리 나무를 마구잡이로 벌목 하는 시기”를 끝내고 ‘보존’이라는 개념을 자각하게 한 시작점이었다. 대한민국은 이후 2016년 8월 지정된 태백산까지 모두 22곳의 국립공원과 우포늪을 비롯한 19곳의 람사르 등록습지 등 다양한 보호지역을 갖게 됐다.

윤 위원장은 요즘 여러 토론회 준비 등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리산 자락인 전남 구례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그를 토론회 참석차 잠시 상경한 지난 17일 만나 ‘새로운 패러다임의 국립공원’에 대한 꿈을 들어봤다.

1967년 지리산 ‘국립공원 1호’ 지정
올해 50돌 맞아 ‘실행위원장’ 맡아
“새로운 보존 패러다임 지혜 모아야”
90년대초 환경 활동 99년 ‘국시모’ 참여
2007년 지리산사람들 꾸린 뒤 구례 정착
“반달곰과 공존하는 방법도 배워야 해요”

사실 그가 말한 “기적”이라는 표현은 이중적이다. ‘보존’과 함께 ‘개발’ 개념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후보지로는 해방 전엔 금강산, 해방 뒤엔 설악산이 주로 거론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리산이 가장 먼저 국립공원이 되는 ‘기적’이 일어난 것은 구례군민들의 보전에 대한 생각과 함께 발전에 대한 바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1963년 애초 1만2천가구 중 극빈가구를 뺀 1만가구에서 10원씩 모아 추진위를 만들었다. 군민들은 66년 다시 가구당 20원씩을 모아 유치활동을 벌였고 마침내 67년 말 지리산이 국립공원 1호가 된 것이다. 이로써 지리산 국립공원은 ‘전기톱’으로부터 ‘보존’됨과 동시에, ‘도로’ 건설이라는 ‘개발’도 함께 경험하게 됐다. 따라서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곤 했던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논쟁 등 개발 논란은 애초 지리산 국립공원 지정 때부터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윤 위원장은 이제는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전기톱’과 ‘도로’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지리산에 복원돼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이 대표적이다. “지리산의 곰들은 지금까지의 ‘보존’과 ‘개발’이라는 문제를 넘어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화두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2002년 시작된 지리산 곰 복원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50마리를 복원하겠다는 계획인데 2017년 현재 벌써 45마리가 살고 있다. 이렇게 개체수가 늘면서 곰과 지리산 등산객이 충돌없이 ‘공존’하는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곰과 사람이 마주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2014년 6월 벽소령 대피소 근처에 나타난 곰이 탐방객의 침낭과 바지 등을 물어뜯고 달아난 적이 있었죠.”

윤 위원장은 “지리산에서 곰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등반객들이 좀더 ‘공존’에 대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 비박 등 금지된 일탈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의 강화다.

그는 또 기존의 ‘보존’과 ‘개발’이 대립을 넘어 어떻게 ‘화해’할 수 있을지도 ‘새 패러다임의 국립공원’이 풀어야할 과제라고 말한다. 88년 건설된 성삼재 도로의 앞날이 대표적인 사례다. 성삼재 도로가 개통된 뒤 지리산은 “국립공원이 아닌 관광지가 됐”고 특히 노고단의 생태계가 황폐해져 91부터 10년간 긴 안식년을 가져야 했다. 이미 몇차례 간담회를 통해 ‘셔틀버스 운영’이나 ‘1차선 걷기 전용도로’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온 국시모와 윤 위원장은 국립공원 50돌인 올해 “적어도 이 문제를 논의할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광수입이 생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지리산권 주민들이나 탐방객, 그리고 미래세대를 대변할 보존주의자들까지 빠지지 않고 한 자리에 모여 좋은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이 가운데 ‘미래세대’야말로 새 패러다임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미래세대’는 90년대 초 환경과공해연구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해 99년 국시모에 참여하기까지 서울에서 주로 환경운동을 하던 그를 지리산에 부른 ‘보이지 않는 손’이기도 하다. “99년 삼도봉에서 노고단쪽으로 가는 데 석양무렵이었어요. 그때 지리산에 어둠이 걸어서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그는 이런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다음세대’에게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07년 지리산 인근에 사는 국시모 회원들을 중심으로 ‘지리산사람들’을 만들었고, 이듬해 2008년부터는 아예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구례에 정착해 지리산 국립공원을 지키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윤 위원장은 또 ‘새로운 패러다임의 국립공원’을 위해서는 “환경부나 국회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환경부에서도 지리산 국립공원 50돌 기념식과 학술토론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립공원 지정 50년 평가 작업이나 협의체 구성, 관련 연구사업 등 보다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제안한다. “일본 홋카이도 북동쪽에 자리잡은 시레토코 국립공원의 사례처럼 행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지리산을 지키는 멋진 거버넌스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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