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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서 김일성 항일투쟁 동지 가족 100명 인터뷰” 2017/01/18 16: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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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김일성 평전’ 쓴, 유순호 조선족 작가

10대땐 ‘영웅 김일성’에 매료
20~30대엔 ‘가짜 김일성론’ 빠져
80년대부터 20년 만주 등 돌며
김일성 투쟁 동료 증언 끌어내

“남북 모두 ‘인간 김일성’ 만날때”
소량인쇄 뒤 ‘독지가 도움’ 정식출판
유순호 조선족 문학가.


“‘위대한 영웅’도 아니고 ‘아주 형편없는 잔인한 독재자’도 아닌 ‘인간 김일성’ 이야기입니다.”

조선족 문학가인 유순호(55) 작가는 최근 국내에서 펴낸 <김일성 평전>에서 남과 북 모두 똑바로 보려 하지 않는 김일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바로 ‘인간 김일성’이다. 평전에 등장하는 김일성은 북한에서 얘기하는 영웅이거나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항일유격대 활동을 위해 중국 공산당에 가입한 김일성은 중국인 지주에게 싫은 소리를 하며 ‘세금’을 받아내야 했던 빨치산 막내인 적도 있었고, 유격대 내에서 잘못을 저질러 보직을 빼앗기는 ‘철직’도 여러 차례 당했다. 친일 민족주의자 단체인 ‘민생단’으로 몰려 중국 공산당에 의해 목숨을 잃을 처지가 되자 북만주 지방으로 피하기도 했다. 북 당국이 결코 듣고 싶어하지 않을 얘기들이다.

그러나 유 작가는 남한 내 일부에서 주장하는 가짜 김일성론도 철저하게 부정한다. 비록 신은 아니었지만, “김일성이 항일투쟁이라는 바른 길로 해방 때까지 중단 없이 나아갔음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신도 아니고 가짜도 아닌 인간 김일성’을 남북 모두 만나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작가를 지난 6일 서울 홍대 근처에서 만났다.

유 작가는 이렇게 ‘인간 김일성’을 그릴 수 있었던 이유로 “자신이 한때 철저한 김일성 영웅주의자이기도 했고, 반대로 ‘가짜 김일성론’의 신봉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중국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때인 1970년대에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영웅 이야기’에 매료됐다. “그때 한글 책은 북한에서 들어온 것이 대부분이었죠. 전부 김일성 우상화 얘기였어요. 어려서부터 김일성 장군 노래, 밀림의 긴긴 밤 이야기 등을 읽으며 김일성에 흥취를 가지게 됐죠.” 1982년에 지은 그의 첫 소설이 항일운동에 나선 소년 빨치산 이야기였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20~30대가 되면서 ‘영웅 김일성’에 회의가 들었다. 그리고 가짜 김일성론에 빠져들었다. 1980년대말부터 남한에서 ‘김일성 가짜’를 주장하는 책들이 중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였다.

결국에 ‘영웅’과 ‘가짜’라는 두 개의 덫에서 벗어난다. 김일성과 함께 항일투쟁을 했던 중국내 생존 유격대원들을 인터뷰한 게 결정적이었다. 그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년 가까이 연변을 비롯한 만주 일대를 돌아다니며 유격대원이나 그 가족 100여명을 인터뷰 했다. 유 작가는 “남한이나 일본의 김일성 연구자들이 1차 자료로 삼은 일본이나 만주국 자료에는 과장이 많다. 하지만 1945년 광복 이후 김일성을 따라 북한으로 들어가지 않고 중국에 남았던 조선인, 중국인 연고자들의 회고담은 거의 100% 믿을 만하다”고 강조한다. 인터뷰 내용 속에 때론 약하고 때론 실수를 저질렀지만, 항일운동을 쉬지 않았던 김일성의 모습이 살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내용은 북중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에서는 쓰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이에 유 작가는 2002년 미국으로 이주했고, 미국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다 2년 전 은퇴한 뒤 비로소 평전 집필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가 20~30년 전 인터뷰한 자료로 굳이 책을 쓴 이유는 ‘인간 김일성’의 모습이 남북한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신’은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다”며 나쁜 점으로 “무너지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김일성은 신은 아니지만 구정물도 아니다. 항일투쟁은 옳았구나”라고 얘기할 수 있다면서, 김일성을 인간으로 이해하는게 북한의 변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책을 쓰면서 남한에서도 ‘인간 김일성’이 필요함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한다. 여전히 국가보안법이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원고를 검토한 여러 출판사들이 국보법을 이유로 출간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자비로 <김일성 평전> 50여권을 인쇄해야 했다.

유 작가는 “히틀러 연구 때도 긍정할 것은 긍정하고 부정할 것은 부정한다. 김일성이 가짜라면 어떻게 해방 직후 그 많은 빨치산들을 데리고 입국해 정권을 장악할 수 있었겠느냐”고 되묻는다. 이런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가 출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독지가가 나타나 출판사 등록과 1쇄 인쇄를 돕겠다고 나섰단다. 이에 따라 평전은 ‘두성출판사’라는 새 출판사 이름으로 오는 1월20일 정식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

앞으로 남과 북이 <김일성 평전> 속 ‘인간 김일성’을 더 많이 알아갈 때 남북대화의 문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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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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